[제제×안네의 일기]4편. 다락방의 침묵과 별빛

-한영버전(Korean & English Version)-

by 이안

1. 인트로 — 어둠이 눌러온 밤


밤이 되면 다락방은 더욱 낮아지고 무거워졌다. 천장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고, 커튼은 작은 창문을 꽉 막아 빛을 단단히 가두었다. 그 얇은 천 너머로는 차가운 바람과 군홧발 소리가 번갈아 지나갔고, 그 울림이 다락방의 공기를 서늘하게 흔들었다. 나는 이 방의 공기가 살아 있는 듯 느껴졌다. 한숨, 떨림, 속삭임이 모두 공기 속에 쌓여 가는 듯했다.


안네는 조용히 말했다.
“제제, 밤은 언제나 가장 무거워. 하지만 무거운 밤이 지나야 아침이 와.”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무거운 공기 속을 가르는 작은 칼날처럼 가슴을 스쳤다. 나는 아이 같으면서

도 어른보다 깊은 이 목소리에서 이상한 힘을 느꼈다.


2. 현실과 상징 — 유리창 너머의 두려움


낮에는 창문 틈새로 빛 한 줄기가 들어와 우리를 버티게 했지만, 밤이 되면 그 빛조차 지워졌다. 창문은 세상과 우리를 나누는 벽이자 감옥이었다. 자동차 바퀴가 멈추는 소리, 군인들의 고함소리는 언제든 문을 두드릴 것만 같았다. 모두의 숨은 더 짧아졌고, 작은 기침 소리마저 죄가 될 듯했다.


안네는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낮게 속삭였다.
“우리가 갇힌 건 이 다락방이 아니라, 사람들의 증오야.”


그 말에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총과 칼이 무섭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증오라는 보이지 않는 것이 인간을 더 깊이 죽인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세상에는 벽보다 더 높은 벽이 있구나.’ 나는 그렇게 독백했다.


3. 대화 — 글과 꿈이 주는 위안


안네의 책상 위에는 언제나 작은 일기장이 열려 있었다. 빵 부스러기와 말라버린 사과 옆에서, 잉크는 희미하게 번져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글은 멈추지 않았다.


제제: “안네, 왜 이렇게 어두운데도 글을 쓰는 거예요?”
안네: “글을 쓰면 내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거든. 아무리 세상이 날 지우려 해도, 종이에 남으면 나는 살아 있는 거야.”
제제: “만약 그 종이마저 불타 버린다면요?”
안네: “그럼 내 마음은 별빛처럼 남아 있겠지. 아무도 보지 못해도, 밤하늘 어딘가에서 여전히 빛날 거야.”


그녀의 말은 시 같았고, 동시에 기도 같았다.
나는 그 순간 알았다. 글쓰기는 그녀에게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생존의 무기, 심장의 두 번째 맥박이라는 것을.


4. 독백 — 절망 속의 선택


나는 그녀의 일기장을 몰래 펼쳐 보았다. 낡은 종이에 또렷이 남아 있던 문장은 이랬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웃음은 내 마지막 방패다.”


나는 한동안 그 문장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웃음이라니. 폭력과 학살의 공포 앞에서, 어떻게 웃음을 방패 삼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곧 알았다. 그녀의 웃음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생존의 마지막 의지였다.


‘나도 언젠가 두려움 앞에서 웃을 수 있을까? 그때 나는 더 이상 약한 아이가 아닐 거야.’ 나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두려움은 무게가 아니라 길잡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5. 새로운 시선 — 창문에 비친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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