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Korean & English) 버전-
다락방 창문 너머로 들어온 빛은 낡은 커튼 사이에서 얇게 갈라져 방 안을 가로질렀다. 햇살은 책상 위의 작은 잉크병과 깃펜에 부딪혀 반짝였고, 먼지 입자들은 그 빛 속에서 천천히 춤을 추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춤을 바라보았다. 밖에서는 군홧발 소리가 거리의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지만, 이 작은 방 안에서는 잠시나마 다른 시간의 호흡이 살아 있었다.
안네는 창문을 향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어깨는 여전히 여리고 가늘었지만, 그 등은 신기하게 단단해 보였다. 마치 자기 몸보다 더 큰 시대의 무게를 붙들고 있는 것처럼.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의 몸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짐이 얹힐 수 있을까.”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 방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시대의 증언이 태어나는 자궁이라는 것을.
안네가 일기를 쓰던 작은 책상 위에는 늘 빵 조각 몇 개와 오래된 사과 한 알이 놓여 있었다. 빵은 딱딱했고, 사과는 절반쯤 말라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천천히 잘라먹으며 생각을 이어갔다. 나무 바닥은 삐걱거렸고, 방 안에는 오래된 나무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 냄새조차도 이제는 그녀의 삶의 일부였다.
제제: “안네, 이 방은 답답하지 않아요?”
안네: “답답하지. 하지만 창문을 열면 더 무서운 게 들어와. 나는 그 대신 글자를 열어 두는 거야.”
그 말은 내 가슴에 깊이 박혔다. 나는 마치 숨을 참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바깥세상에서 아이들은 들판에서 뛰어놀고 있었겠지만,
안네는 다락방 안에서 글자를 뛰게 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글자들이 다락방 천장을 뚫고 나가
언젠가 세상의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밤이 되면 어둠은 더 무겁게 방 안을 눌렀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바퀴 소리, 갑작스레 멎는 발소리, 혹은 군인들의 고함소리가 들릴 때마다 모두 숨을 죽였다. 나는 떨리는 숨을 억누르며 안네를 바라봤다. 그녀는 손을 모으고 작게 속삭였다.
안네: “제제, 가끔은 내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두려워.”
제제: “나도 두려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두려움을 말로 꺼내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안네: “맞아.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는 거야. 종이 위에 올려놓으면, 두려움이 나를 덜 붙잡거든.”
제제: “그럼 글쓰기는 숨 같은 거네요. 내 안에서 막혀 있던 걸 밖으로 내보내는 숨.”
안네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다락방 불빛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두 번째 호흡이라는 것을.
나는 그녀가 쓴 일기의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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