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안네의 일기] 2편. 다락방의 햇살

by 이안

1. 인트로 — 좁은 창, 넓은 세상


안네가 살던 네덜란드의 작은 집 다락방은 너무 낮아서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천장에 부딪혔다. 창문은 두꺼운 커튼과 나무판자로 가려져 있었고, 세상은 오직 작은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서만 드러났다. 하지만 그 좁은 빛줄기마저 방 안을 환하게 물들였다.


제제는 그 빛을 따라가며, 그것이 마치 금빛 실처럼 안네의 일기장 위에 펼쳐진다고 느꼈다. 바깥은 독일군의 발소리와 경적이 가득한 세계였지만, 그 빛은 다락방 속 아이들의 얼굴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제제가 속삭였다.
“이 빛은 바깥에서 온 게 아니라, 네 안에서 흘러나오는 거야.”


안네는 잠시 웃으며 창밖의 하늘을 가리켰다.


“그래도 저 하늘은 여전히 나를 부르고 있어.
나는 이 다락방에 갇혀 있지만, 내 마음은 언제든 저 하늘 위를 걸을 수 있거든.”


2. 일기의 무게 — 기록된 하루


안네는 다락방 구석의 낡은 테이블 위에 놓인 일기장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종이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그녀가 꾹꾹 눌러쓴 글씨로 가득했다. 전쟁과 굶주림,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체포의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창가의 제비 이야기, 작은 케이크를 나누어 먹은 기억 같은 일상의 조각들도 살아 있었다.


“나는 두려워. 하지만 두려움만 쓰면 내 마음이 금방 무너져.
그래서 꽃이 피는 모습이나, 우리가 나눈 농담 같은 것도 같이 기록해.”


안네의 눈빛은 단호했다. 제제는 글자를 따라가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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