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과 제국의 정치학
남프랑스 니므의 퐁 뒤 가르(Pont du Gard) 앞에 서면, 석회암으로 쌓아 올린 아치가 세 겹으로 포개져 푸른 하늘을 가른다. 강 위에 서 있는 그 거대한 돌의 다리는 지금도 경이롭다. 그러나 여행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단순하다.
“물을 옮기려면 땅 위에 도랑을 파면 되지 않았을까?
왜 로마인들은 굳이 이렇게 복잡한 다리를 세워야 했을까?”
이 물음은 수도교가 단순한 생활 시설이 아니라, 제국의 권력과 기억을 돌에 새긴 정치적 기념비였음을 암시한다.
기원전 1세기에서 서기 2세기, 로마 제국은 지중해 전역을 장악하며 도시 문명을 확장했다. 로마의 도시들은 수십만 명의 인구가 밀집한 거대한 생활공간이었고, 깨끗한 물 공급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황제와 원로원은 수도교 건설을 국가의 핵심 사업으로 삼았다. 아우구스투스는 “나는 도시를 벽돌에서 대리석으로 바꾸었다”는 말로 문명 건설의 자신감을 드러냈고,
그의 후계자들은 수도교를 통해 ‘물을 다스리는 자’로 군림했다.
단순히 목마름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제국적 권위 아래 묶는 정치적 전략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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