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 × 원피스] 6편. 쵸파

— 상처와 친구 되기

by 이안

1. 인트로 — 눈보라와 종소리의 밤


드럼 왕국의 겨울은 바람 자체가 얼음이었다. 산길을 타고 내려오는 눈보라가 성의 지붕과 침엽수의 잎 끝을 때릴 때마다, 멀리 의사 나리의 집에서 작은 종소리가 댕— 하고 울렸다. 벽난로의 불은 주황빛으로 팔딱거렸고, 허브와 약재의 쌉싸래한 냄새가 돌벽 틈으로 스며 나왔다. 그 불빛 곁에, 털이 북슬북슬한 존재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파란 코. 넓은 눈. 쵸파였다.


그는 두 손, 아니 굽이진 발굽으로 컵을 꼭 쥐고 있었고, 김 오른 차에서 달큰한 꿀 냄새가 피어올랐다. 바깥은 끝도 없이 차가웠지만, 방 안에는 이상할 만큼 따뜻한 고독이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여기는 상처가 쉬어 가는 숙소다.
그러나 곧, 떠나야 할 밤이 오겠지.”


2. 현실과 상징 — ‘괴물’이라는 낙인, 의사라는 약속


쵸파가 처음 인간 마을로 내려왔을 때 사람들은 돌을 들었다. 푸른 코와 어설픈 말투, 사슴과 인간 사이 어딘가의 모습. “괴물이다!”라는 비명이 눈밭을 날았다. 동족인 순록 무리에게도 그는 배척당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몸. 그를 거두어준 이는 닥터 히루루크였다. 천장에는 유리병들이 찰랑거렸고, 책장에는 소독약 냄새가 배어 있었다. 히루루크는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마음은, 벚꽃처럼, 필 수 있단다.”


그 말은 쵸파의 심장에 처음으로 불씨를 놓았다. 히루루크가 떠난 뒤, 닥터 쿠레하의 혹독한 수련이 이어졌다. 지형을 외우고, 눈보라 속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법, 초록의 약초와 붉은 열매를 구별하는 법. 쵸파의 가방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그보다 더 무거웠다. “나는 어디에 속하지?” 그 물음이 눈길마다 발자국처럼 남았다.


그러던 날, 루피 일행이 눈보라를 가르고 나타났다. 그들의 눈빛은 따뜻했지만, 결심은 칼날처럼 단단했다. 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산도 벽도, 왕의 병사들도 상관없다는 그 눈빛. 쵸파는 처음 보았다.


“아, 저 사람들 옆에서는, 내가 괴물이 아닐지도 몰라.”


3. 대화 — 눈물 속에서 나눈 말들


나는 쵸파 곁에 앉아, 벽난로의 불꽃을 사이에 두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제제: “왜 스스로를 괴물이라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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