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의 서재
오하라의 거대한 나무도서관은 한때 바닷바람보다 조용히 숨 쉬는 숲이었다. 빛바랜 사전과 두루마리, 점토판과 고고학자의 노트가 층층이 쌓였고, 유년의 로빈은 책장 사이를 작은 그림자처럼 걸었다. 그날, 잎맥 같은 서가 사이로 불길이 번졌다. 종이가 타는 소리는 마치 얇은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학자들이 품에 껴안은 책들을 바다로 내던졌고, 하늘에는 잿빛 눈송이가 흩날렸다. 로빈은 화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놀라서 굳은 입술 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생각했다.
“이 사람의 첫 서재는 불길 속에서 만들어졌다.
태초의 독서는 생존이었다.”
학살이 끝나고 살아남은 로빈에게 세계 정부는 하나의 이름을 붙였다. ‘악마의 아이’. 그녀가 쫓긴 이유는 사라진 공백의 100년을 읽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지식은 죄가 아니었지만, 권력은 지식을 두려워했다. 로빈은 섬에서 섬으로 옮겨 다니며, 배 밑창의 냄새와 싸늘한 감시의 기척 속에서 자랐다.
사람을 믿는 법을 잊지 않으려 했지만,
먼저 믿으면 먼저 버려지는 세계를 너무 일찍 배웠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은 언제나 종이를 찾았다. 멸실된 문장을 조합하고, 끊긴 조각을 이어 붙이는 집요함. 책을 덮고 나면 다시 미소를 입었다. 어쩌면 그 미소는 방어였을지 모른다. 심장에 문을 닫고 눈에 작은 등을 켠 표정. 나중에 루피 일행을 마주했을 때도 그 미소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그녀를 동료로 부르기 전까지는.
밤, 배의 복도에 조용한 물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나는 손잡이에 기대 로빈에게 말을 건넸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