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축의 인문학] 6편. 페트라

— 사막에 새긴 문명의 교차로

by 이안

1. 서두 — 문제 제기와 현장 묘사


오랜세월 바람이 사암 절벽을 깎아 만든 좁은 협곡 시크(Siq)를 한참 걸어 들어가다 보면, 갑자기 눈앞이 트이면서 장대한 신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석양빛을 받아 타오르듯 빛나는 정면, 기둥과 삼각 박공이 완벽한 비례를 이루며 절벽에서 솟아 있다. 이것이 바로 알카즈네(‘보물창고’라는 뜻, 페트라의 대표 건축물)이다. 그 순간 누구나 숨을 삼킨다.


“어떻게 인간은 이 불모의 사막에,
이토록 장대한 도시를 새겨 넣을 수 있었을까?”


물이 없고 나무조차 자라지 않는 이곳에 신전, 극장, 시장, 주거지가 석조로 들어서 있다.


건축은 단지 집을 짓는 기술이 아니라,
문명을 새기려는 의지라는 것을 이곳만큼 극적으로 증언하는 장소는 없다.


2. 역사적 배경 — 나바테아 왕국의 번영


페트라는 기원전 4세기경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번성했던 나바테아 왕국의 수도였다. 나바테아인은 원래 아라비아 북부의 유목민이었으나, 낙타를 이용한 사막 교역로를 장악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들은 향신료, 유향, 비단, 금속을 지중해, 메소포타미아, 아라비아로 실어 나르며 중계무역을 독점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물이 거의 없는 이 사막에서 그들이 만든 정교한 수리 체계였다. 협곡과 절벽의 빗물을 모아 저장하는 저수조,
암반 속에 파묻은 도관과 낙차를 이용한 배수로는 지금 봐도 정밀하다.


이 기술 덕분에 유목민은 도시민으로 변모했고, 페트라는 사막 한가운데 피어난 거대한 오아시스 문명이 되었다.


3. 건축학적 분석 — 돌산을 깎아 지은 도시


페트라는 도시 전체가 건물이라기보다 거대한 조각 작품이다. 알카즈네와 아드 데이르는 모두 높이 40미터에 달하는 절벽 면을 통째로 깎아 만든 일체형 석조 건축이다.


그 양식은 지중해의 헬레니즘, 메소포타미아의 아시리아, 이집트의 장중함,
페르시아의 화려함이 혼합되어 있다.
기둥과 박공, 주두 장식은 그리스식이지만, 전체적인 위용은 이집트의 신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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