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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tyeight days Jul 09. 2021

아픈 이유

12월 11일 목요일

 


  어제 눈을 뜬 것을 시작으로 종일 눈을 뜨고 놀기도 하고 주로 징징대며 하루를 보냈다. 약은 이래저래 총 5회 정도 먹게 되는데 두 번 뱉어내 7회를 먹이다보니 먹고 돌아서면 또 먹이는 꼴이 되고 있다. 그 사이사이 중조 가글도 해줘야한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변을 보지 않고 있어서 좌욕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변을 안 볼수록 좌욕은 필수다. 좌욕을 하는 이유가 딱딱해진 대변이 항문에 상처를 줄까봐서이기 때문이다).

  건희의 골수 유전자에서 MLL이 발견 되었단다. 골수성백혈구와 림프성 백혈구의 이상 짬뽕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란다. 치료 예후도 좋지 않고 재발도 매우 높은데 만 1세 전 영아들에게 흔히 발견된다고. 근데 흔하다는게 만 1세 전에 흔하다는 거니까 그 케이스 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오늘 저녁엔 같은 림프구성 백혈병 환아의 엄마를 만났다. 과학 교재를 쓰는 교사라 집에 화학약품방이 따로 있는데 그것 때문에 애가 아픈 것 같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건희 발병의 원인이 임신 당시 회사 리모델링 때문에 3일 동안 맡은 니스, 페인트 냄새 때문인 것 같았다. 누구나 아프게 되면 그 원인을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원인이 특정되지 않는 질병이나 신생아의 경우에는 아픈 탓이 엄마들 자신에게 돌아간다. 나도 그랬다. 회사가 원망스러운 것도 있지만 여튼 당당하게 쉰다고 하지 못한 내 탓이다.

 모든 조직은 을에게, 모든 회사는 노동자에게 그리 살갑지 않다. 자기 몫은 자기가 찾아야지. 

뭐 여튼 건희가 잘 견뎌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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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나는 의학을 전공한 의사도, 약학을 전공한 약사도 아니다. 그냥 보고 듣고 겪은 것을 글로 쓸 뿐이다. 단지 작은 정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는 것이니 정확한 확인은 의사와 약사를 통해 하셔야 한다.

  유전자/염색체 : 같은 병명을 가진 애들 중에서도 골수 세포의 유전 형질이 좋은 경우가 있고 예후가 나쁜 경우가 있다. 유아의 경우 MLL이 있는 경우가 예후가 좋지 않다(내가 의사의 설명이나 인터넷 정보를 이해한 바로는 유전형질이라고 해서 엄마 아빠에게서 나쁜 유전자나 염색체가 유전된 것은 아니고 암세포에 내재된 단백질 형태 등이 그런 특징을 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너무 죄책감에 빠지지 마시길). 필라델피아 염색체도 예후가 안 좋은 편인데 의학의 발달로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는 편이다. 그 외에도 염색체 변이 양상에 따라 좋고 나쁨이 달라지고 치료가 잘 되는 염색체도 있다고 한다.

  원인 : 앞서 말한 엄마와 같이 재발을 막기 위해 끝없이 원인을 찾는 사람이 꽤 있다. 식단, 집의 위치(지하철이나 고압전선 등 근처), 집안 환경 등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고, 해열제 남용이나 유전 여부를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백혈병은 학계에서도 아직 뚜렷한 원인을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 인종, 지역, 시대에 따라 비슷한 비율로 세계에서 발병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환아 부모님들이 좀 더 죄책감에서 가벼워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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