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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tyeight days Nov 11. 2021

내 나이 42, 내 점수 59

나는 아직 무주택, 세입자.


브런치에 세입자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작년 전세대란 때문이었다. 네이버 부동산을 새로고침 할때마다 어제본것과 천만의 자리는 우습게, 억단위 자리도 쉽게 바뀌어 있는 상황에서 매일을 흘리지 않은 눈물속에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산 신도시(1기 신도시) 구축 당시 입주 했던 시기부터 30대 후반까지 일산-파주(운정)를 벗어나 산적이 없다. 약 20년의 시간이었다. 그 이후 정착한 곳은 경기도 남부 수원이다. 작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과 전세값 폭등을 가파르게 경험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와 더불어 주변 지역의 분양 아파트의 청약 점수도 가파르게 상승중이고, 모든 것에 힘입어 분양 아파트 값마저 대출 상한선의 기준을 넘나들고 있다. 


작년 나의 청약 점수는 57점. 작년(2020년 초반)만 해도 아무데나 청약을 넣기엔 꽤 아까운 점수였다. 교통편, 학구 외에도 평생 살 똑똑한 한채를 위해 꽤 까다로운 조건으로 집을 골랐다. 실제로 작년 초에는 몇 번 '대기 순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여름을 지나고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모든 청약이 '로또 청약'이라는 소문과 함께 기본 커트라인 점수가 60점을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약간 멘붕이 왔다. 


아이는 둘, 그 중에 한명은 초등학교 중학년이다. 결혼하기 전에 예비부부 수업 때, '초 3~4학년 까지는 전세든 월세든 상관이 없지만, 그 시기를 기준으로 자가로 정착하는 것이 좋다.'고 했던 것 같다. 우리 가정은 현재 완전한 그 시기다. 내 인생 10년 계획에 여전히 전세 혹은 월세로 집값 걱정은 없었다. 


작년 가을부터 깊은 잠을 못잔 것 같다. 나이 탓도 있을 것도 늦은 오후에 마셨던 커피 탓도 있겠지만. 


문득 문득 서러울때가 있다. 맞벌이 부부로 10년 살았음에도 내 집 한 칸이 없다는 것. 심지어 전세 보증금의 70퍼센트를 은행 대출로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무기력하게 다가온다. 혹자는 그럴 수 있다. '싼 지방으로 가면 돼.' '누가 거기 살래?', '남들 집살때 뭐했어?' 라고. 


그러게. 남들 집 살 때 난 뭘 했을까? 남편은 이곳에 두고 적당한 지방에 내려가 살아야 할까? 


참. 힘들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할때는 그래도 어렵사리 전세에 대출을 잔뜩 끼고 상황이 대충 종료 되었기에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적기 시작했다. 꿈에도 그것이 또다른 집값 상승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기준으로 새로 계산이 되고 청약 커트라인이 4인가족 만점(69점) 언저리에서 마감되는 상황에서는 미래가 없다.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니 더 할 말도 없었다. 패배자의 글. 세입자가 아닌 패배자의 글을 만드는 것 같아 글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오늘도 패배자의 글을 남긴다. 주식은 2900지수 언저리. 내가 사지 않은 비트코인은 어제 최고점을 넘었다. 

어디까지 갈까. 바닥으로 천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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