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46병동 9호실 6번 베드
1장, 인트로
146병동 9호실 6번 베드
하필
하필이면
겨울이 시작되던 12월
창밖으로 잿빛의 풍경만 보이던 그 시기에
그래서 더욱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기사
꽃 피는 봄이면
푸르른 여름이면
알록달록한 가을이었다면
좀 덜 잔인했을까.
2014년 12월 6일 토요일 - 아이가 아프다.
건희가 어제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 소아과 선생님은 코막힘이 있으나 이정도로 약을 주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했다. 먹는 것에도 통 관심이 없고 그러다 보니 소변양도 줄었다.
오늘은 남편의 생일이다. 남편은 가까운 시댁에 들러 큰아이와 어머님과 점심을 먹고 들어온다고 했다. 오후 3시 미열이 느껴진다. 여러 차례 귀의 방향을 바꿔가며 온도를 체크했다. 37.8, 37.7, 그러다 한번 38.1. 12시쯤 소변을 한차례 보았고 오후 4시가 넘어도 소변 볼 생각을 안한다. 남편이 들어오면 소아과를 가야겠다.
오후 5시가 넘어 도착한 입원실이 있는 소아과는 대기가 많아 등록을 해줄 수 없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겨우 수소문해 문닫기 직전에 도착한 다른 소아과에서는 탈수가 예상되니 하루 이틀쯤 병원에서 수액을 맞히고 검사를 해야할 것 같다고 주변 대학병원 응급실을 권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큰아이는 빵으로 끼니를 떼우고 둘째는 채혈을 했다. 한 뼘이나 될까 한 팔에서 방울 방울 떨어지는 피를 받아가고, 라인을 잡아 수액이 들어갔다. 2시간쯤 지나고 검사 결과에서 염증 수치가 너무 높아 소변검사가 이루어졌다. 다행히 소변검사는 문제가 없었다. 미열도 열이라며 척수 검사를 해야할 수도 있다 했지만 남편이 완강하게 검사를 거부했다. 의사는 간염을 의심했다. B형간염 예방주사는 2차까지 날짜 맞춰 맞혔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두 번째 채혈이 이루어졌다. 팔에서는 도저히 안 된다며 한껏 오므린 발에서 또 방울 방울 피를 받아갔다.
그 사이 어머님이 오셔서 남편과 함께 큰아이를 시댁으로 데려갔다. 또 느릿느릿 2시간이 흘렀고 간수치가 엄청나게 높다는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간염이거나 혹은 더 안 좋은 상황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CT를 찍어야한다고 했다. 아기라서 수면마취를 해야 했다. 제발 간염으로 끝나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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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의 발병은 아이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저 피곤해 한다거나 어지럽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그렇기에 엄마들이 초기 발견을 놓치기도 한다. 다른 경우로 다리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역시 성장통으로 넘기게 되는 요인이 된다. 코피가 끊이지 않거나 갑자기 몸 여기저기 멍이 들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눈에 문제가 나타나거나 건희처럼 그냥 시름 거리며 아픈 아이도 있다. 단지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백혈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발병율 자체가 아주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잦은 소아과 방문으로도 아이가 나아지지 않거나 같은 증상을 계속 토로한다면 꼭 큰 병원 가보길 권한다.
(신경모세포종이나 소아 간암, 난소암 등은 엄마가 촉진했을 때 덩어리(종양)가 느껴져 오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의사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넘겼는데 엄마가 이상히 여겨 큰 병원을 왔다고 한 경우를 몇 차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