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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Apr 30. 2016

올봄엔 '성숙한 포멀 룩'

2016. 4.29




              드디어 뿌리염색                
                                 

내 글과 그림을 몇 번 본 사람 중에,

당신이 눈썰미가 아주 좋거나, 색채에 민감하다면,

몇몇은 아주 감질이 나서 못 견뎠을 것이다.

(실제로 한두 명의 지인들이 나에게 조심스럽지만 매우 강력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뿌리 염색이 아주 '응급사태'였다. (이런 유치한 표현을 써서 깜짝 놀랐겠지만, 우리 집 유아가 애정 했던 구급차에서 나오던 다급한 여자 소리를 쓴 것이다) 일단 이 자리를 빌려 그런 시각적인 불쾌함을 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내 헤어스타일의 흑역사



  여자의 이미지는 머리 스타일과 입술 색깔이 반이다. 특히 헤어 스타일은 그 사람의 얼굴형을 돋보이게도 하고, 이상하게도 만드는 힘이 있다. 물론 전지현처럼 완벽한 얼굴은 어떤 머리도 상관없다. (비구니를 해도 이쁠 거..) 나는 얼굴이 무척이나 동그래서 조금이라도 갸름해 보이기 위해 아주 어릴 때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나의 주민등록사진은 아직도 고 2 때 처음 민증을 만들 당시 그 사진인데, 지금은 사진이 번져 흐릿해졌다. 그래도 조금만 눈을 조금만 찌푸리고 보면 내 얼굴 양 옆에 검고 굵은 커튼이 걸쳐져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당시 여고생들이 얼굴을 갸름하게 보이기 위해 너도 나도 애용했던 '커튼 머리'이다. 지금도 왜 내 친구 중에 단 한 명도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안 해 줬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진정한 친구였다면, "야! 너 그렇게 하면 얼굴이 더 커 보인다는 거 알아? 그렇게 하면 실제 가려진 얼굴 면적보다 머리 뒤에 얼굴이 더 많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고. 그런 머리 당장 집어치워!"라고 말해줬을 텐데.(예나 지금이나 소심했던 나는 그 친구를 눈치 못 채게 조금씩 멀리 했겠지만...)


 대학 입학 이후로도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의 영향을 받아 그저 아주 긴 커튼 머리에 살짝 층을 주거나 염색 색깔만 바꾸는 식으로 스타일을 유지를 했었다. 하지만 출산 후 가르마 선명한 한 묶음 머리에 염증을 느끼게 되면서 심각하게 내 헤어스타일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타짜'의 김혜수 머리 사진을 몇 장 출력해서 미용실에 갔는데, 나는 지금도 신랑에게 내 인생 헤어스타일의 역사는 그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짧은 머리가 나에겐 잘 어울린다. 이 사실은 '요즘 날씨가 조금 시원한 걸까? 포근한 걸까?' 하고 사람마다 의견이 나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보름달이 떴나요? 네, 보름달이 떴어요.'  정도로 아주 명확하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을 마지막까지 반대한 신랑조차도 지금은 내 머리가 조금 길었다 싶으면 "머리가 좀 길었네"하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네, 제가 우리 동네 '고준희'입니다)




미용실에서는 잡지를,
그리고 '성숙한 포멀룩'?


  미용실에 가니 내 담당 스타일리스트 '진'선생님이 무척 반가워했다. (사실 바로 전 머리는 동네에서 했었다) 올해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말에 나는 민망한 웃음으로 응수를 했다. 그리고 신속하게 씨컬 파마와 염색을 해달라 주문한 뒤, 밀린 잡지들을 한 권씩 해치웠다. 세시, 코즈모폴리턴, 슈어 같은 잡지보다 여성동아나 우먼센스가 더 구성이 알차 보였다. (아무래도 설문조사에 '스킨십 어디까지 허락하나요?' 같은 질문보다는 '다시 태어나면 결혼을 하고 싶은가?'류의 질문이 더 재밌다. 그리고 혹시 그 질문의 답이 궁금하다면, 기혼자의 반 이상이 다시 결혼한다고 대답했다. 여성조선 5월호이다) 한류스타 송중기의 27억짜리 자택이 나왔다. 최화정은 홈쇼핑 호스트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그녀라면 자기가 먹다만 빵도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봄이라 그런지 재벌들의 결혼 소식도 참 많고, 결혼식 하객 패션 제안 기사도 보였다.


화장품 광고에 성형외과 광고하며 사정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다 멈췄다.

한참을 보았다.



민트색 재킷이라니,

저 선명한 에메랄드빛 핸드백,

파스텔 민트에 비비드 한 노랑 꽃무늬 팬츠의 고급 짐 (개인의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세요.)

모든 아이템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차마 먹기도 겁나는 케이크처럼 보였다.


하지만 브랜드와 가격을 설명해주는 글을 읽고 내 눈을 의심했다.

'성숙한 포. 멀. 룩'

그래. '성숙한'은 그렇다 치고,

'포멀'은 내가 알고 있는 '포멀' 맞는 건가?

복직 후 직장 내 포멀 한 회의라던가, 성숙함을 과시하기 위한 어머니회에 입고 가도 되는지 궁금하다.


애초부터 내가 즐겨보는 잡지들은 이런 옷을 포멀 하게 입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지금 머릿속에 딱 떠오른 곳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핸드백엔 출출할 때 먹을 마카다미아 넛을 넣어두어야지.





아흐.....

생각만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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