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15.
엄마 나랑 놀자
아이들과 놀아주다보면 내가 얼마나 재미없는 인간인지 실감한다. 놀아주는 패턴이 매번 비슷하고 창의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 그냥 아이들의 요구에 간신히 응해주는 정도가 내가 놀아주는 '수준'이다.
"엄마 나랑 놀자"
라는 요구에 나는 대부분 역할극을 한다. 아들은 주로 나를 '악당, 괴물, 나쁜놈' 으로 설정하고 대결을 하길 원한다. 딸은 '어린이집 선생님' 놀이를 좋아한다.나를 바닥에 앉히고 자신은 의자에 앉아
"친구들 모두 자리에 앉아보세요"
라며 놀이의 시작을 알린다.
'어디 아파서 왔어요?' (의사) 또는, '애기야 이리와 엄마가 맘마 줄께' (엄마) 도 애용하는 역할극이다.
탑블레이드 팽이로 대결하기
딸이랑 놀아주는 것이 정적이라 그나마 나랑 맞는다. 아들은 일단 잡으러 쫒아다녀야 한다던가 대결을 하고 쓰러져 죽은 척도 해줘야 한다. 체력적인 소모가 만만하지 않은 관계로 한 두번만 해도 확 지친다. 그럼 아빠한테 가보라고 슬쩍 떠민다. 좀 과격해서 울기는 해도 신나게 놀아주는 건 역시 아빠다.
엊그제 신랑이 추석 선물로 아들에겐 '탑블레이드 세트'를 딸에겐 '소꿉놀이세트'를 사줬다. 특히 아들의 '탑블레이드'라는 만화시리즈에서 나온 장난감 팽이이다. 팽이를 본체에 끼우고 플라스틱 와인더를 쭉 잡아당가면 누구라도 팽이를 제법 돌릴 수 있다. 조작이 쉬워 팽이 오래 돌리기 대결도 가능하니 아들과 같이 신이나서 연신 돌려댔다. 팽이가 서로 부딪히면 살짝 극적인 효과도 있어 재미가 더해졌다.
딸이 엉터리가 심판을 보긴했지만 오랜만에 아들과 제대로 놀았다. 아들이 나랑 놀며 즐거워 하는 걸 슬쩍 보니 뿌듯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