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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Nov 28. 2016

다이아몬드를 좋아하세요?

2016.11.28.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결혼 소식을 전하던 그 남자,
"다이아반지가 뭐 그렇게 비싸요?"


몇 달 전 나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던 그에게 내가 물었다.


"결혼 준비는 잘 돼가요?"


"오늘 예물을 맞추고 왔어요. 다이아반지가 뭐 그렇게 비싸요"


하고 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불평을 가장한 '자랑'이었다.

내가 바로 응수했다.


"미인을 얻으려면 그 정도 다이아도 부족하죠"


실제로 그의 여자 친구는 꽤 미인이었다. 아담한 키에 항상 깔끔한 염색 상태를 자랑하는 매끄러운 긴 생머리가 매번 작은 어깨를 덮고 있었다. 게다가 깊고 짙게 연출된 눈 화장과 선명한 색상의 매니큐어로 그녀에겐 '센 언니' 느낌이 있었다. 반면 그는 소년 같은 얼굴에 여린 감성이 보이는 남자였다.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아하니, 그녀를 위해서라면 앞으로 그 어떤 행복한 '불평'은 기꺼이 감수할 듯하다.  
 



다이아몬드가 뭐길래


'다이아몬드'는 로맨틱하면서도 세속적이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증표로 '변질되지' 않는 보석이라니. 어찌 이보다 더 로맨틱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그 특유의 광채도 한 몫한다. 은빛 웨딩드레스에 어울릴 만한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은 결혼의 약속을 위한 반지로 더할 나위 없이 딱이다. 하지만 변치 않는 사랑을 증명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좁쌀만 한 크기도 순도가 높으면 백만 원을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게다가 반지를 살 때 같이 주는 '다이아몬드 보증서'는 또 어떤가. 우리가 그 보증서를 선뜻 못 버리는 이유는 언젠가 팔지도 모른다는 '혹시'라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오히려 영원한 사랑의 증표로는 역설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다. 실속 있는 결혼을 하겠다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그렇게 떠들어 놓고는, 결혼반지를 고를 때엔 막상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상징적인 의미에 쿨해질 수가 없었다. 나는 평소에 결혼반지는 항상 끼고 다닐 수 있는 심플한 걸로 하고 싶었다. 몇 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꼭 받아야지 내 결혼이 더 값어치 있어지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반지를 고르러 주얼리 샵에 갔을 때 나는 소신껏 말했다.  


"반지에 큼지막한 보석 달린 건 싫고요.

그냥 질리지 않을 심플한 디자인 반지로 볼게요"


점원은 친절하고 의욕적으로 유리 쇼케이스에 전시되어있는 반지들을 여기저기서 꺼내오기 시작했다. 보석이 안 달린 것으로 달라고 했으니 선택의 폭이 의외로 많이 좁혀졌다. 반지에 로고만 심플하게 적혀있는 반지, 십자 모양이 새겨진 반지 등. 별로 반짝이지 않는 반지들을 바라보는 것도 눈이 부셨다. 그때 상냥한 매장 직원이 나한테 한 반지를 골라 내 얼굴 가까이 들이댔다.  


"이건 어떠세요. 그래도 결혼반지인데...

다이아몬드가 살짝 들어간 것도 좋지 않으세요?"


 그녀가 골라준 반지에는 'Cartier' 로고 앞에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가 살짝 박혀있었다. 다이아몬드 따위 상관없다고 생각했건만, 매장 직원이 던진 그 말이 내 마음에 훅 하니 파고들었다. 그래 다른 것도 아니고, 결혼반지인데 조금 들어가도 나쁘지 않겠다. 이 작은 보석 따위로 가격은 턱없이 비싸졌지만 그래도 다이아몬드니까.




내 반지의 다이아몬드는 어디로 갔을까?


결혼한 지 한 3년 정도 지났던 어느 날. 신랑이 내 손을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여보, 반지에 보석 어디 갔어?"  


"뭐?"


나는 왼손을 들어 손가락을 펴보였다. 응당 보석이 박혀 있어야 할 자리에 삭막한 구멍만 있을 뿐이었다. 어디서 언제 빠졌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허무하게 나의 유일한 다이아몬드를 잃어버렸다. 살짝 속이 쓰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히려 나보다 신랑이 더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여보 속상하지. 빨리 가서 다시 해 넣자"


그로부터 2년이 더 지났지만, 나의 반지에는 여전히 휑한 구멍이 있다. 특별히 꼭 해 넣어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거니와 나의 귀찮니즘이한 몫한 것도 있다. 가끔 지인들이 내 손을 보다 우연히 발견이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곤 한다. '여기 보석 빠졌네. 어떻게 해' 하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이젠 조금 익숙하다. 하지만 나는 '다이아몬드'를 잃어버리면서 의외로 보석에 관해 초탈해버렸다.


  내 반지에서 빠져나온 그 작은 큐빅을 발견한 누군가가 "와, 다이아몬드다!" 하고 좋아할 확률은? 거의 제로. 그저 어디 핀이나 신발에서 빠진 큐빅으로 볼 거다. 그래도 0.001%의 확률로 길을 누군가가 다이아몬드임을 알아본다 할지라도 보증서도 없는 그 녀석을 팔 수도 없다. (내 다이아몬드가 작아도 너무 작아서 그렇지만)  그렇게 따지면 하늘 아래에 그 큐빅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매장 직원과 우리 부부일 수도 있다. 아니 그 매장 직원조차도 그 보석을 보고 '어, 이거 우리 매장 반지에 있을법한 보석인데?' 하고 가치를 알아볼까? 그렇게 생각하니 보석이란 게 참 허망했다.  



모파상의 단편 소설, '목걸이'.
그리고 보석의 의미에 대해서...


 혹시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단편 소설을 아는지. 가난한 공무원의 아내였던 마틸드가 고위 인사들이 모이는 파티에 초대받으면서 일이 시작된다. 허영심이 많았던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를 사기 위해 남편의 비상금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레스 패션의 완성은 목걸이 아니던가. 결국 부자 친구에게 드레스에 어울릴만한 아주 값비싼 목걸이를 빌린다. 그러나 마틸드는 하룻밤 꿈만 같았던 파티장에서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말으니 그녀의 운명은 여기서 달라진다. 자존심도 강했던 그녀는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돌려주고 그녀는 목걸이를 사느라 진 빚을 갚느라 10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산책하다 우연히 만난 10년 전 목걸이 주인이었던 친구. 그녀는 자신이 그때 그 목걸이를 사실 잃어버려서 여태껏 고생을 하고 있다고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한다. 그러지 감동한 그 친구의 대답.


"어머, 그 목걸이. 500프랑도 안 되는 가짜였는데..."


보석의 가치는 우리 마음속에 있다. 어쩌면 심플하고 실용적인 결혼반지를 찾는다고 했던 나에게 조차도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반지를 택할 만큼의 알량한 허영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별로 가진 것 없는 두 부부가 교환한 단 돈 만 원짜리 반지라도 둘이 흐뭇하게 웃으며 사랑을 약속하다면 그걸로 충분한데 말이다. 내 치기 어린 그 시절엔 생일선물로 수 십만 원짜리 귀걸이를 고르곤 했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브랜드의 귀걸이 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에게 나는 '비싼' 귀걸이를 지불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여자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결혼해서 경제적인 사정은 훨씬 좋아졌는데도 나는 보석 같은 것은 그냥 몇 만 원 짜리를 산다. 진짜 금이 아니라도 괜찮다. 내 옷이 어울리고 내 맘에 드는 디자인이라면 그걸로 된거다. 그리고 신랑이 명품 가방을 사주지 않아도, 내가 20대에 그렇게 환장을 하던 J.estina 목걸이를 선물로 안 줘도 괜찮다. 신랑이 나를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을 아니까 그것이 아니라도 그저 마음은 푸근하다. (그래도 가끔 마음속 깊숙이 들어와 꿈에 출몰하는 녀석들은 사야 합니다만... 쩝)  




네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이유



요염한 신부, 소년같은 신랑. 둘이 참 잘 어울렸다.

 

  엊그제 그 커플의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살면서 꽤 많은 결혼식을 가봤지만 여태껏 '주례 없는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MBC 방송국에 소속되어있다는 전문 MC의 세련되고 조금은 상투적인(?) 말투로 식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A4용지에 준비한 대사를 읽는 전형적인'신랑 친구가 보는 사회자'와는 달랐다. 그 전문 사회자는 식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적당히 섞는 것 같았다. 반지 교환식 차례가 왔다. 신랑은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신랑이 예전에 나에게 말했던 그 '다이아몬드 반지'인가 보다. 나는 내 구멍이 패인 반지를 반대편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았다. 남의 결혼식에서 나는 내 구멍 난 이 반지에 보석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지 또 생각이 들었다.


반지교환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사회자가 감탄사를 쏟아내듯

다소 느끼한 말투로 읊조렸다.


"네 번째 손가락은 홀로서기가 안 된다고 하죠.

 우리가 결혼반지를 이 손가락에 끼는 이유는

 항상 이끌어주고 함께하라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그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신부와

소년같이 해맑게 웃는 신랑을 보며

사회자가 즉흥적으로 떠올린 말인 듯했다.


아무래도

내 구멍이 난 반지는 그냥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결혼반지가 누군가 항상 이끌어주고 함께하라는 의미로 끼워주는 것이라면


난 이걸로 정말 족하니까 말이다.



시원한 구멍이 돋보이는  내  결혼반지






+


그림을 그리는 툴이 고장이 나서 요즘 글을 잘 못올리고 있어요.

가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서서...

 

잘못되면 연장탓이라고 하지만,

정말 이번 기회에 아무래도 연장좀 제대로 갖춰야겠어요.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그림일기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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