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숑로제 Jul 17. 2017

남자가 하는 일?

2017.7.16.



애초에 집안일이란 건 그냥 '뫼비우스의 띠'다. 


집안에서 살아 숨 쉬는 한 집안일은 끊임없이 나온다. 

물 한잔만 마셔도 컵에 언젠가 물 때가 낀다. 

요즘 날씨에 끈적거려서 샤워하고 나오면 젖은 수건과 입던 옷이 빨래 거리가 된다. 

토스트 한 조각이라도 먹을라치면 접시를 한번 물에 헹궈야 하고, 

식탁의 빵 부스러기 행주로 한번 스윽, 

우유 마신 컵은 요즘 같은 날씨에 세제로 닦아야 한다. 

그러다가 세탁기에서 소리 나면 빨래를 건조기에 옮겨야 하고 

그러다 보면 집안 누군가가 배를 긁적이며 배가 고프다고 한다.  


끊임없이 뭔가를 나르는 일개미처럼,

집안에 있으면 뭔가를 옮기고, 닦고, 줍고, 제자리에 넣고 

그러다가 씻고 만들고를 쉴 새 없이 해야 한다.


부지런을 떨어 집안일을 하면 

막상 집이 반짝반짝 빛날 것 같지만 

그건 꿈도 야무진 것이고 야무지게 신경 써서 하면 

그냥 딱

'이 집안의 여자가 살림을 놓지는 않았다' 

정도의 흔적만 슬쩍 풍길뿐이다.  


살림이란 게 원래 그렇데 아등바등 끊임없이 해야 딱 중간인 것.

더군다나 나처럼 살림 내공도 별로 없고 천성이 게으른 사람은 더 그렇다. 

그렇게도 징징 거릴 거면,

어느 정도 내려놓고 살면 되긴 하다. 

물론 정신없이 널어놓고 살아 본 적이야 숱하게 많다. 

하지만 내 경우는 집이 지저분해지면 몸의 편함을 얻는 대신, 

정신적인 안정감을 잃는 케이스다. 

집이 더러워지면 어쩐지 더 쉽게 지저분 해지고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짜증이 나버린다. 


쓰고 보니 누가 보면 엄청 깔끔 주부 같지만,

실상은 자칭 '살림 하루살이'라고,


최소한의 집안일을

근근이. 

간신히.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하루하루 하는 중이다. 


글을 마치기 전에

아주 오래간만에 모처럼 

'남자의 일'을 해주신 신랑에게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싶다. 


정. 말.  눈. 물. 나. 게.  고. 맙. 다. 신랑.

      




+


조만간 '남자의 일' 리스트 

쫙 뽑아 줄 예정.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


나 알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나 열있는 것 같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