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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an 11. 2017

아빠의 "어~허"

2016.1.11.



















지난번에 현이가 한번 놀랬다.


진이가 혼날 때 현이가 히죽거리다가 

아빠한테 된 통 걸린 적이 있었다.

강 건너 불구경하며 자신의 안위에 행복해하던 녀석이

아빠의 레이더망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이놈의 녀석! 동생이 울면서 벌서는데 웃어?"


청천벽력과 같은 아빠의 기습 공격에 

아들은 딸꾹질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동생 옆에서 사이좋게 손을 들고 꺼이꺼이 울었다.




그리고 어제저녁 식사를 하는데


진이가 기분이 좋았는지 발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작고 통통한 발은 내 밥그릇에서 한 10센티도 안 떨어진 곳이었는데,

내가 녀석의 발을 보며 '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신랑이 태권도 관장이나 회전초밥집 주방장 느낌 충만한


"어~허!"


를 복식호흡으로 내뱉고야 말았다.


진이는 정말 노여움을 잘 타도 너무 타는 '여자 여자 여자' 아이인지라,

아빠의 목소리에 0.01%의 퉁명스러움이 감지되면 바로 삐져버린다.

(참으로 놀랍고도 신비로운 X염색체의 힘)


진이는 '어~허' 소리 하나로 단박에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내가 대체 뭘 했다고 그리 서운하게 우는 거냐 하며 달래 봤지만

소용없었고 진이의 감정은 더욱 고조되어 갔다.


그 앞에 현이.

갑자기 얼굴을 두 손에 파묻고 정지상태가 되었다.


얼굴에 딱 붙은 현이의 두 손 사이로 

흐느끼는 듯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흐... 흐.."




+


아들, 

안다. 그 심정.

엄마도 어릴 때 이모하고 외삼촌이 혼나는 거 구경하면

어떤 본능적인 웃음이 터져 나오곤 했거든.


수고했다. 참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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