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골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첫 진통이 와서 병원에 도착한 지
딱 2시간 만에 첫 아이를 순풍 나아버린
출산과 다산에 최적화된 그런 동물적인 골반이다.
현이의 인지능력이 발달하고 있나 보다.
오늘 유치원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 반에 oo이 진이보다 더 이뻐"
라는 말로 나를 당황시키더니,
오늘은 내 엉덩이가 주변의 어른 여자들보다
다소 크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현이의 유치원 담임선생님은
아담하신 키에 야리야리한 체형인 데다
엉덩이는 정말 내 엉덩이 반쪽도 안 된다.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이뻐요!'
라는 말이 유효한 나이는 과연 몇 살까지 일지 궁금하다.
'엉덩이'를 필두로 녀석은 앞으로 점점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겠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흐뭇하면서도
어쩐지 다시 오지 않을 순간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과 애틋함을 준다.
현이에게 겨드랑이 털이 나고,
변성기로 목소리가 앵앵거리면
아마 엄마 외모는 둘째치고 자신의 외모에도
가차 없는 평가와 비판을 내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이뻐'라는 말을
평생 듣고 싶다면
그건 나의 욕심일까?
+
현아,
엄마 엉덩이는 아직 갖고 다닐 만 한데,
그래도 사이즈를 좀 줄이면 편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