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숑로제 Jun 07. 2017

빨강머리로 염색하다.

2017.6.5.





빨강머리에 대한 로망이 생긴 이유는 실로 단순하다.
얼마전 신랑의 머리 스타일을 담당하고 계신 디자이너 선생님께 슬쩍 물어본적이 있다.

"저 무슨 머리색이 어울릴까요?"

"고객님은 얼굴톤이 짭짭해서 빨강계열로 가면 생기가 돌꺼에요."

"네? 짭짭...머요?"

20대 중반의 디자이너 쌤의
암호같은 '짭짭'이란 말에 살짝 갸우뚱 했지만
대화를 좀 더 이어 나가다보니 결국 알아차렸다.

내 얼굴이 까무'짭짭'하다는 뜻이었던 것.
하핫 웃픈 심정으로

"아 네, 빨강계열... 근데 많이 해요?"

하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유인나가 하고 나와서 한창 유행했잖아요"

그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깜찍하고 귀여운 탤런트 유인나와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봐야하는지 잠깐 망설였었다.

그러다 어제 신랑 머리를 하는데 따라갔다.
기다리며 잡지를 읽던 중 불현듯
'빨강머리'가 갑자기 생각났다.
신랑 머리에 파마약을 뿌리던 쌤께 다가갔다.

"선생님, 저 머리 염색할래요. 붉은 계열로"

유인나와 나와의 공통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나는 그 디자이너를 어쩐지 무척 신뢰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에 나도 뭔가를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작된 충동 염색으로
버건디 헤어스타일이 완성되었다.
거울속에 비친 무척 선붉은 머리색에
속으로 화들짝 놀랐지만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미용실을 나섰을 때였다.

문에서 배웅을 해주는 디자이너 쌤의 인사 한마디.

"안녕히가세요. 공유 유인나 고객님"

여기서 공유는 파마를 한 신랑.
유인나는 나를 뜻한다.

흐음...
이 디자이너 쌤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조금 고민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것도 산업재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