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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n 11. 2017

세대차이 확 나는 부부동반 모임 후기

2017.6.10




참 간만이었다.
대학교때 선배들이 우리보고

"야, 너네가 그 밀레니엄 학번. 00학번이냐?"

하며 애송이 보듯 후훗하고 웃던 그 때 이후로
나를 영계로 봐주는 그 기분.

학교에서 워낙 풋내 폴폴 나는 녀석들이
나를 노땅 아줌마 취급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반달눈을 하신 여자분이 내 학번을 물어보더니,

 "어머...00학번이래. 웬일! 난 80이야. 호호호"

하며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그 눈빛이 좋았다.
다들 자녀를 고등학교, 군대, 대학에 보낸 상황이니,
방금 유치원 체육대회를 마치고 꼬질꼬질하게 등장한 우리 부부의 모습이 꽤 새삼스러웠을 법하다.

엄마한테 매달려있는 현이 진이를 보며
저마다 추억에 잠기는 듯했다.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 말만 다를 뿐 다들 비슷한 소리였다.

'그 때가 애들이 참 예뻤다'

나도 어렴풋이 느끼곤 있었지만,
이제 자식 다 키운 선배언니들이 해주는 말엔
진솔함과 애잔함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 오늘 점심때
애들이 밥먹을 때 너무 흘리고 먹어서
대박 버럭하며 아이들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가끔 내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건 아닌지 진심  의심스럽다. 사이코도 아니고, 정말 나란 인간...)

생각해보면 애들이 그럴 수도 있는건데
선배언니들이 이쁠 때니 좋을 때니 하는 말에
괜스레 더 죄책감이 스며 들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초면에 내 이미지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이놈에 주둥이가 항상 말썽)

'육아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보통 친구들과 얘기하면 '나도, 나도!'라는 공감이 대부분인데 오늘 좀 더 신선한 대답을 들었다.

'좀 더 키우면 자존감이 뭔지도 모르게 된다'

우린 다 같이 크게 웃었다.

그런데 몇 시간 대화를 해본결과 그분들은
자식들을 끔찍이 위하시는 열혈 엄마들이었다.
대학까지 보낸 엄마들이 그 동안 자식들에게 쏟았을 세월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인간적인 존경심이 가슴 속 저 밑바닥에서 솟구쳐오른다.


아무래도 세대 차이 엄청나는 이 모임을
굉장히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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