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6.
나도 그 나이에 별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끔 녀석들의 어휘력에 할 말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사회 시간에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3.1 운동의 배경과 의의에 대해 설명하던 중이었다.
"유관순을 비롯한 많은 백성들이 용감하게 3.1 운동에 가담하면서,
전국적으로 독립운동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덧붙였다.
"한마디로 3.1 운동은 그 이후의 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할 수 있지요"
그때 나는 보았다.
갈 곳 잃은 몽롱한 동공에
갑자기 총기가 샤샥 서리는 것을.
365일 개그감을 찾아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수업을 관망하는
우리 반 개구쟁이들이 말했다.
"선생님, 뭐라고요? *발점이요? 지금 욕하신 맞죠. 와..."
'으응?'과 동시에
'헐~'상태에 놓이면서
속으론 살짝 헷갈린다.
쟤는 '시발점'이라는 말을 알면서 그러는 건가.
아니면 진짜 몰라서 저러는 걸까.
'설마 알면서 장난치는 거겠지'
하고 넘어가려 하다가도...
오늘처럼 '유물'이니 '유품'이니 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보면
진짜 고민된다.
얘들아, 알면서 장난치는거지?
그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