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5.
떠드는 학생 질량 불변의 법칙
어느 반이나 별난 애들이 하나씩은 있다.
소위 '떠드는 학생 질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해서,
심하게 장난치는 애 몇 명이 교실에 없으면
어디선가 뉴 페이스들이 고개를 들고 활약한다.
쉽게 말하면 어느 집단이든 집중을 못하는 몇 퍼센트가 있다는 뜻.
우리반 개구쟁이들
어찌 되었든 우리 반에도 좀 별난 녀석들이 좀 있다.
작년에 학교에 거의 안 나와서 출석일수가 모자랐다던 H군.
'ooo 교사는 하야하라. 하야하라!'
라고 작년 담임선생님께 장난 삼아(?) 시위했다가
바로 안경테가 날아갔다는 후문이 자자한 L군.
현 우리 학교 전교회장 C군은 유머와 끼가 넘쳐서
수업시간에 내가 말실수라도 할라치면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죽자고 달려든다.
예를 들어 한번은 내가 우리 반 여학생 '김정*'을 '김정은'이라고 실수로 잘못 불렀는데,
학생을 이름 갖고 놀리는 것이냐 사냥감을 찾은 듯 눈을 반짝이는 것 아닌가.
언어폭력이니 패드립이니 학생한테 그게 할 말이냐며 아주 신나서 난리가 남.
(나의 실수 = 녀석들의 행복)
어찌 되었든 작년에 학교를 잘 안 나왔다던 H군은 아직까지 결석 한번 한 적 없고,
작년 선생님께 시위를 했다던 L군은 여전히 나에게도 몇 번은 따지고 들어
하루에도 몇 번은 내 뒷목을 잡게 만들지만,
아직 하야하라는 시위는 안 하고 있으니 이것을 다행스럽다고 생각해야 하나.
개그의 피가 흐르는 C군은 요즘 내가 살짝 혈압이 상승했다 싶으면
내가 화났을 때 표정과 주로 하는 말을 대사처럼 줄줄 읊으며
디테일한 연기 및 상황극을 한다.
"6학년 6반, 너희들 정말 이럴 거야? 진짜 선생님은 실망이에요~"
(나 흉내 내는 거 보면 내가 저렇게 말하나 싶어 진짜 민망함)
라는 멘트를 C군이 게이스럽게 말하면
화가 나다가도 어쩔 수 없이 빵 터진다.
여기서 웃어버리면
내가 녀석들의 술수에 말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몇 번은 내 허벅지 안쪽의 셀룰라이트를 두툼하게 꾹 잡아
셀프 고문을 시도해본 적이 몇 번 있지만
그런 거... 에혀
정말 다 소용없었다.
오히려 부작용으로 참다가 터진 웃음에
어쩐지 반동 비슷한 게 생겨서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록 웃어버리고 만다.
'아놔, 쌤 왜 또 울어요.'
하고 빈정거리며 수업 시간을 까먹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녀석들의 응큼한 눈빛.
이제 방학이 2주도 안 남았다.
진도는 거의 끝나가고,
아이들은 점점 풀어져서 산만하고
진심 기 빨린다.
+
안녕하세요. 브런치 독자님들.
정말 오랜만입니다.
일기는 매일 성실하게 꾸준히 써야 한다고
학생들에게는 강조해놓고는
저야말로 공백이 좀 길었네요.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