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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Nov 17. 2017

이리와봐. 격하게 안아줄께!

2017.11.16.





아침 조회때였다.
자신만의 매력을 키우자는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주제를 말하는 사람이
워너원에 강다니엘도 아니고,
방탄소년단의 지민도 아니고,
트와이스의 모모도 아닌관계로,

우리반 장난꾸러기들은
별 매력없는 선생님이 '매력'을 길러보자는
말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맨 앞에 앉은 L군과 P양이
이야기 꽃을 피우는중이었다.
나는 뒤로 나가서있으라고 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나름 눈빛에 총기가
느껴져서 꼭 나의 '훈화'말씀을
잘 전달하고싶은 욕구가 더 강해진 찰나.

최군과 혁이가 또 둘이 장난을 치고,
나는 몇 번씩 눈짓을 보내며
얼마남지 않은 인내심을 소진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카톡. 카톡~'소리.
뒤에서 벌을 받던 P양이 갑자기
자기자리로 들어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그 순간.
인내심 제로. 폭발!
P양은 그렇게
마지막 배를 타고야 말았다.

"너 왜 핸드폰은 안 끈거야"를 시작으로
한바탕 쏘아부치고
이어 요즘 산만한 우리반 생활태도에 대해
일장 연설 내지는 굉장히 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쉬는시간에 P양은
친구들에게 위로를 좀 받는 듯했고,
아침부터 애들을 혼내키고 찝찝해진 나는
다 식은 맛없는 커피를 마냥 삼켰다.

그리고 점심 시간.
성격좋은 P양을 포함한 우리반 이쁜이들은
그날도 밥을 다 먹고 나를 기다려줬다.
(우리반 여자애들이랑 언제부턴가
급식먹고 항상 교실까지 같이 가곤한다.
나를 놀려먹는데 굉장히 재미를 느끼는 녀석들이
매번 내 머리 색과 내 별명을 부르며 웃고 떠든다.
그래..너희만 즐겁다면 이 한몸 기꺼이..ㅜㅜ)

어쩐지 나는 P양이 멋져보였다.
나라면 저렇게 자신을 혼내킨 선생님한테
순순히 마음을 열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소심하고 쪼잔한데다가
왕년에 쌤들 욕을 달고 살던 전직학생으로서
쿨내 폴폴 나는 P양이
나보다 더 배포가 넓은 언니(?)쯤 되는 것처럼
'너 멋짐 폭발 하트 뿅뿅'의 기분이 들어버린 것이다.

나는 P양에게 말했다.

"너 아침에 혼나서 속상했지.
쌤이 널 진짜 좋아하는데...그 땐 어쩔 수가..
아니다...(이때 하트뿅뿅기분 폭발)
이리와.
쌤이 격하게 한번 안아 줄께!"

그러자 경악을 금치못하는 P양의 대답.

"아악~~왜이래요.
짜증나!"

하며 멀리 달아났다.

나의 애정표현에 진저리를 치는
녀석의 모습이 너무 재밌어
점심시간 내내 틈틈히 나의 격한 애정을 표현했다.

P양이 계단청소하고 있을 때엔
하머터면 쓰레받이에 담긴 먼지들을 맞을뻔.

털끝하나 건들이면 던지겠다며
다가오지 말라고.
 
흐흐흐..
그래도 굴하지 않자 급기야 다급해진
P양의 한마디.

"쌤이 진짜 저 안고 그러면 죽어버릴꺼에요."

헐.
참 나.
알았다.

그렇게 내 애정공세는 소득없이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P양이 쿨내 진동 멋짐 폭발 언니 같다.

P양.
쌤이 격하게 사랑한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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