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4.
정신없는 3월을 보냈다.
진이 유치원 옮기고,
현이 학교 입학하고
생활 리듬이 바뀌어서 그런 것 같다.
퇴근하자마자 저녁준비,
아이들 숙제 봐주고 하다보니
밤만되면 녹초가 되서 아이들과 잠들었다.
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학기초라 쥐잡듯이 빡시게 검사중이다.
시험지 채점, 한자쓰기,복습노트 검사만 해도
쉬는 시간이 훌쩍간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르는게 있는데
굉장히 엄격히 검사하면 학생들이 싫어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의외로 자신의 노력에 보상을 받는 듯 꼼꼼하게 다 검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깐깐함'이 작은 교실 속에서는
일종의 정의로 다가간다.
열심히 한 학생은 인정받고,
안 한 아이는 쌤의 냉정한 어조로 이름이 불리워진다.
(그러고보면 나는 작은 교실에서 정의를 지키는
일종의 '정의의 수호자', 아니 '수호천사'?)
결정적으로 가장 시간이 오래걸리는 일기검사.
꼼꼼하게 다 읽고 댓글도 달아줘야한다.
사실 달아줘야 내 직성이 풀린다.
난 너에게 관심이 있다.
네가 대충 채워넣은 것 같은 5줄도
나는 다 읽는다.
그런 사소한 메세지를 주고 싶은 욕심에
내 신세 내가 볶는거지만
일주일에 3번 일기 숙제를 내고 열심히 읽는다.
(글씨체만 봐도 누가 썼는지 알게 될 때즈음
아이들은 졸업을 한다. 가끔 문득 졸업한 몇몇 학생의 일기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 아이는 요즘 자기 일기장에 뭐를 쓸까. 무슨 생각하고 글솜씨는 더 늘었을까 글씨체는 바뀌었나? 뭐 이런 잡스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냥 졸업한 아이들이 그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혀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공간만큼은
권선징악, 자업자득이 살아있었으면 한다면,
내가 너무 이상주의자인걸까.
어찌되었든 지난 3월 한달동안
일기를 제 때 안 낸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래서 들들 볶기를
끊을 수가 없는 거다.
+
그나저나 일기 얘기 쓰다.
뜬금없이 작년에 졸업한 학생들이 보고싶은 밤.
(눈물 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