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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n 28. 2018

피아노 선생님과의 이별

2018.6.28.



진이가 피아노 방에서 레슨을 마치고 나왔다.
다음 차례로 레슨을 받는 현이에게는
오늘이 선생님 보는 마지막 날이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현이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활짝웃는다.
진이는 거실 바닥에 반듯하게 누웠다.
고개만 옆으로 돌려 책장을 보는 듯했다.

"진아, 왜 그래?"

아무 대답이 없어 재차 물었다.
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다음부터 안 와?"

시무룩해보이는 진이 얼굴에
내 마음이 짠해졌다.
앞으로 겪을 수 많은 이별에 비하면
이건 정말 시작에 불과한 일인데.

진이는 마음이 부드럽고 예민한 아이다.

'그런 것 따위 상관없어' 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것도 좀 그렇지만,
저리도 촥 가라앉아서 슬픔을
잔뜩 머금은 6살짜리의 표정이라니...

애미로서 좀 마음이 쓰여
꽉 안고 부벼주고 토닥해줬다.

레슨을 마친 현이는
선생님한테 여느때와 다름없이
장난치고 웃었다.

'이별 그게 머야' 아들의 모습도
어쩐지 좀 그렇다.
마지막 인사하는 데 현이는
신나고 팔팔해보여 좀 민망할 정도였다.


선생님 좋아하는 거 아는데 그러니

좀 이상했다.
어쩐지 내색하기 쑥쓰러운
남자아이의 마음인건가.

내가 낳은 자식인데...
점점 그 속을 모르겠다.
특히 현이의 속마음은 더 모르겠다.

뭐...
앞으로 더하겠지만서도.


+

너네 아기때엔 표정만 봐도
똥을 누는 표정인지
배고픈 표정인지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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