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30.
6살 첫째는 다정한 오빠
우리 첫째는 6살, 둘째는 4살.
피곤에 절어 무표정하게 멍 때리다가도 녀석들 덕분에 피식거리게 된다.
요즘 녀석들의 근황을 적어본다.
첫째가 쉬운 글자를 더듬더듬 읽는다.
요즘 녀석의 고추도 제법 커진 것 같고
동생에게 대하는 태도도 대견할 때가 많다.
최근에 엄마의 가슴을 따땃하게 데워준 일화를 잠깐 소개하자면,
연휴를 앞두고 하루 밤만 자면 워터파크에 간다는 말을 해줬을 때였을거다.
곧 수영장에 갈 생각에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때 시야에 들어온 동생을 보며 기분 좋게 하는 말.
"oo아. 이리와 봐. 오빠가 놀아줄게. 뭐하고 싶어?
여보 놀이?(소꿉장난을 뜻함) 블록 할까? 네가 말해봐. 오빠가 같이 해줄게."
나도 어릴 때 저런 다정한 오빠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우리 딸 복도 많다.
오빠를 따라 하는 4살 둘째
둘째는 점점 말이 많아지고 있다. (나를 닮은 것이 분명하다)
예전과 다름없이 오빠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을 갖고 싶어 해 다투곤 한다.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페트병 뚜껑도 오빠가 만지면 탐낸다.
물건뿐만 아니라 오빠의 행동도 따라 한다.
요즘 첫째가 간판을 보면 쉬운 글자를 곧 잘 읽어내는데, 둘째는 그것 마저도 따라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오빠가 한 글자 읽어내면, 자기도 눈에 보이는 대로 뭔가를 설명한다.
오빠가 '보(건) 소?' 하고 글자를 읽으면
딸은 나름 가게의 모습을 보고 '커피 마시는데!' 하는 식이다.
오늘 길을 걷는데 아들이 '비염'을 읽어내서 감탄을 자아냈다. (한의원 현수막이었음)
딸아이도 지지 않고 외친다.
"방귀 뀌는 데!
"응?"
한참을 두리번 거렸지만 도통 알 수가 없다.
"방귀 뀌는 데가 무슨 말이야?"
"저기"
그리고 가리킨 곳은.
새마을금고였다.
지고 싶지 않은 둘째는 곧 한글을 읽을 기세다.
이래서 세상의 모든 둘째들이 그렇게 야무진 건가?
저는 삼남매 중 가장 소심하고 물러 터진 첫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