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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n 04. 2016

이기고 싶다. 꼭 이기고 싶다.

2016. 6. 3.




정말이지 너무 귀찮았다. 

지난달에는 운동회도 했고, 

저번 주는 학부모 참여수업도 했고, 

그런데 이번 주 또 유치원 체육대회라니...


심지어 공문에 버젓이 쓰여있는 학부모의 드레스 코드. 

'청바지에 흰 티' 

단체로 학부모 사진 찍는 것도 아니고 

이유 없이 획일적으로 맞춰 입으라는 것도 살짝 거슬렸다.


시간에 딱 맞춰 강당에 가보니 벌써 다들 와있다.

동공을 최대한 확장해서 엄마 레이더를 켰던 아들의 얼굴에 만면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곧 시작할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아직 엄마가 안 온 몇몇 아이들은 서러움에 북받쳐 울음을 터뜨렸다.

괜히 동네 엄마들이 다 모여있으니 긴장도 되고 쑥스럽다.


방송에서 나올 듯한 목소리로 사회자가 인사를 하고,

본격적인 체육대회가 시작되었다.

체육대회 플래카드에 친절하게 소요시간까지 적혀있다.

2시 30분부터 4시 30분. 무려 2시간. 

후... 길다.


로보캅 폴리 음악에 맞춰 간단 체조.

그리고 청팀과 홍팀의 게임 대결. (나는 홍팀이었다)

각가지 아기자기한 게임을 해나갔다.

슬슬 긴장도 근육도 풀렸다.

4인 5각 게임을 할 때엔 차례를 기다리면서 팀원들과 발 맞추는 연습을 했다. 

터널 통과 게임에는 온몸을 슬라이딩해서 빠르게 터널로 들어가

무릎에 영광의 상처를 얻었다. 


마지막 줄다리기 시합에서 

진심으로 이기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했다.

막상 아들은 응원도 안 하고 심드렁해 보이는데,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었다.


홍팀이 이겼다고 했을 때,

오래간만에 승리의 기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최근에 뭔가를 이겼던 적이 언제가 마지막인지 모르겠다.

'이긴다는 것'은 참 짜릿한 감정이다.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뭐든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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