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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n 03. 2016

나의 NO.1 이웃, 한비랑.



고백합니다


  이제 고백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사실 고백이란 단어는 무척 부담을 주는 단어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벌써 내가 고백을 하겠다는 첫 문장을 읽고 벌써 사이트 창을 꺼버리거나, 바로 전 화면 버튼으로 눌러버리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이해합니다) 어릴 적엔 누군가가 은밀하게 하는 고백이 관계의 특별함을 부여하는 사탕과 같아 침이 고였는데, 나이가 들고나니 누군가가 내 귓가에 입만 가까이 갖다 대도 긴장이 돼서 침이 꼴깍 넘어간다. (네. 최근에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읽었더니 자꾸 침 애기가 나오네요.) 


  비장함이 느껴져 부담 백배인 서론은 여기서 줄이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나의 고백은 그동안 내 일기에 간간이 등장한 인물에 관련된 이야기다. 소소한 일상을 적는 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친한 지인', '아들과 유치원 같이 다니는 엄마', '우리 동네 엘리트'로 등장하는 이 모든 인물은 사실은 한 명이다. 그리고 그 한 명은 매일 30분 이상 나와 사이다 같은 대화를 나누는 절친이다.      


  마치 아주 가난한 극단에 배우 2명이 1인 3역을 맡아서 공연을 하는 것처럼, 나는 친구를 1인 4역 아니 1인 7역을 시켜버린 기분이다.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나의 인간관계는 무척 협소하다. 사실 실명 또는 예명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나의 글에 누군가를 꼭 집어서 글을 올린다는 것은 무척 실례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카카오 채널 메인에 뜬 글로 신랑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악플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한 인물이 많은 역할로 등장한 셈이 되었다.                                               



나의 NO.1 이웃, 한비랑     
                             

   내 첫 번째 블로그 이웃, 그리고 첫 번째 브런치 독자인 '한비랑'님을 소개한다. 한비랑은 그녀의 블로그 닉네임이다. 내가 처음 미숑로제라는 필명을 정할 때부터, 블로그 첫 글을 썼을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관심을 준 친구이다. (가족도 이렇게는 못한다)     

 

  처음 만났을 때의 무척 활동적인 인상을 받았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그 집안사람들의 유전자에는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효능을 내는 뭔가가 몇 배는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것을 시작해서 화분 가꾸기는 물론이고 '물생활' (전문용어로써 희귀 물고기 키우는 취미생활임)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뭔가를 잘 키우는 것은 사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건데, 그 집 어항 유리에는 이끼 하나 안 끼어있다. (소름, 이봐요. 맑은 물엔 물고기가 모이지 않는다고요!) 오죽하면 내가 한비랑 님의 블로그에 한동안 '화성(MARS)에서 감자도 키워낼 사람'이라고 감탄의 댓글을 달곤 했다. 뭔가 키우면 항상 죽이고 마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나로서는 정말 부러웠다. 


  우리의 우정은 매일 유치원 놀이터에서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며 다져졌다. 소심하고 잡념이 많은 나와 달리 무척이나 명쾌하고 직언을 일삼는 그녀는 나에게 무척 매력적이었다. 하나를 사도 비싸고 좋은 것을 잘 골라서 사는 그녀의 스타일도 참 괜찮다.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지 해외직구나, 대형마트 행사 소식 등을 잘 알고 있다. 옆에 있으면 자꾸 말을 시키고 싶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진국이다. 직언을 일삼는 이면에 진솔함이 숨어있다. 그래서 그녀와 대화를 할 때엔 나도 망설임 없이 '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녀와 대화를 하면 긍정 에너지를 얻는다. (그 집 신랑이 좀 아셔야 할 텐데) 



매일 그녀를 만나면 사실 안타까운 점이 있다.

그것은 마르고 귀여운 스타일인 그녀 옆에서 내가 무척이나 거인처럼 보일 것 같다는 점이다.

이래서 내가 학창 시절부터 나랑 체급이 맞는 아이들과 어울렸는데,

한비랑의 매력에 빠진 이상 이제 헤어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어제 일기에 등장한 '살림의 고수'도 '한비랑'이었다는 것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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