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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l 15. 2016

딸내미 앞머리를 잘라주다

2016.7.14.



머리 자를 땐, 코털 가위



딸내미 앞머리를 잘라줬다.

내가 애용하는 도구는 코털 가위다.


문구용 가위는 잘 안 잘리고,

주방가위는 날이 두껍고 크다.

그리고 미용 가위는 너무 잘 잘린다.


나도 내 실력을 못 믿는 상황에서

한 번에 자를 수 있는 머리카락이 몇 가닥 안 되는 이 가위는

가장 마음의 안정을 준다.


고작 코털 가위가 아니다.

작은 크기와 달리 매우 날이 날카롭다,

끝이 살짝 휘어져 있어 가위 날을 비스듬한 각도로 자르면,

얼추 내추럴한 컷이 완성된다는 장점도 있다.



서억, 서억


왼손 검지 중지 사이에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쓸어 잡고,

오른손엔 코털 가위를 비스듬히 세로로 세우고 잘랐다.

그리고 옆에 길게 남은 머리카락을 잡고 반복했다.


빗으로 다시 빗으니 좀 삐뚤빼뚤하다.


"야, 움직이면 큰일 나. 가만히 있어!"


"나 거울 보고 싶어"


"다 하고 보여줄게"


몇 번 다듬은 끝에 어지간히 된듯했다.



거울로 보여줬다



탁상 거울로 얼굴을 비춰줬다.

거울을 한 5초 정도 응시하더니

딸이 말했다.


"머야, 볼이 뚱뚱해 보이잖아"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놀는 것 중에 하나는,

아이도 보는 눈이 있다는 거다.


앞머리를 자르면

얼굴이 좀 크고 동그랗게 보인다는 것을

4살 먹은 녀석이 바로 간파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볼이 정말 뚱뚱해 보인다.


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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