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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숑로제 Jul 10. 2016

오랜만에 배드민턴.

2016.7.10.



하루 종일  배가 부르다. 



점심으로 오리 진흙구이로 포식하고 

계산대 옆에서 파는 뻥튀기까지 먹고

시원한 게 당기길래 프라푸치노로 마무리했더니,


간간히 횡격막을 크게 부풀려

 숨을 크게 쉬어줘야 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절제'가 뭐예요? 그거 먹는 거예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애들 DVD 틀어주고

한 손으로 배를 만지며 마루에 널브러졌다.

이리저리 자세를 취해봤지만 소용없다.



우리 배드민턴 칠까


저만치에서 나처럼 누워있던 신랑이 말했다.

"우리 배드민턴 칠까?"


마지막으로 쳐본 게 언제였더라. 

몇 년 전 가족 여행을 가서 펜션 앞 잔디밭에서 쳤던 게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론 아들이 같이 치자고 해서 거실에서 몇 번 공을 던져 준 기억이 전부이다.


살면서 머리보다 몸이 더 기억을 하고 있을 때 매번 놀란다.

아이 낳고 칩거생활을 하다가 오래간만에 실내수영장을 갔을 때에도 그랬다.

처음 가본 수영장의 락스 냄새와 

왕왕대는 소음은 낯설었는데,

막상 물안경을 비장하게 고쳐 끼고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자

자동으로 수영 동작이 나왔다.


오늘 배드민턴도 그랬다. 

배드민턴 채를 잡고 공을 '땡'하고 받아치니 신이 났다.

등에 날개라도 돋아난 듯,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처럼 앞머리를 휘갈겨가며

얼굴에 피가 나 보일 정도로 스매싱을 했다.


숨이 가빠왔다.

짜릿했다.


뭐 잘하는 게 별로 없는 사람으로서, 

나이를 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라도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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