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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하책방 Apr 04. 2021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詩와 나무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비친다,

겨울 오후

대성당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처럼

거대하고 두꺼운 무게로 ㅡ 


그 빛은 상처없는

신성한 고통을 남기고

내 안에서

많은 의미의 변화를 만들었다 ㅡ 


그것은 누구에게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 봉인된 슬픔은

오롯이 대기가 우리에게 건네준

장엄한 고뇌 ㅡ 


그 빛이 내려올 때

풍경은 귀기울이고

그림자들은 숨을 멈추며

얼굴에 서린 죽음의 그림자처럼

아득하게 떠나간다 ㅡ  


   에밀리 디킨슨「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There's a certain Slant of light,
Winter Afternoons ㅡ
That oppresses, like the Heft
Of Cathedral Tunes ㅡ 


Heavenly Hurt, it gives us ㅡ
We can find no scar,
But internal difference,
Where the Meanings, are ㅡ 


None may teach it ㅡ Any ㅡ
'Tis the Seal Despair ㅡ
An imperial affliction
Sent us of the Air ㅡ 


When it comes, the Landscape listens ㅡ
Shadows ㅡ hold their breath ㅡ
When it goes, 'tis like the Distance
On the look of Death ㅡ 


   Emily Dickins 「There's a certain Slant of light」





햇살이 넉넉한 겨울의 오후. 멀리 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차가운 대지 위에 태양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햇살을 내리고 있었으리라.  풍경  시인은 순간 숨막히는 정적을 맞이한다.  따스한 햇살의 두께가 무겁게 목을 조르는 숨막히는 공포를 느꼈으리라. 내가 숨쉬고 바라보는 풍경을 너머  너머의 삶의 진실, 원죄와 혹은 잊고 있었던 죽음에의 공포, 무한한 삶의 진실에 대한 절망을 맛보았으리라. 그것은 마치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작품을 보다 눈물을 터트리는 침묵의 미술적 숭고에 대한 경험과 같았을 것이다. 눈이 보여주는 풍경의 유한함을 넘어서 공간의 울림을 만나고 그리하여 햇살과 성당과 나무와 들판 너머의 세계에 있는 운명과 비극에 대한 인간의 기본의 감성에 대한 조우였을 것이다. 기독교를 넘어선 인간의 구원에 강한 의지를 지녔던 그녀, 에밀리 디킨슨은  날의 풍경을 이렇게  시로 남겼다. 해와 나무와 들판과 마을의 오후를 살았던 사람들의 그날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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