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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Aug 28. 2022

#32 2022.08.16

상실로 깨달은 자연스러움

문화생활과 연속적인 약속으로 연휴를 마치니 해치워야 할 일이 산적해 있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야근을 마치고 호수를 돌았다. 여전히 많은 길목이 무너져 있었는데 길이 사라진 것만으로 사람에겐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다.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뚜렷이 줄어들고 나서야 그동안 무심히 오가던 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무언가의 가치를 오롯이 깨달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실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깨달음의 쓸모를 누리려는 노력은 대부분 늦다.

익숙한 길이 사라졌어도 가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꼭 가야 하는 곳이라면 길이 없어도 삶이 어떻게든 이끈다. 물론 나에겐 상대적으로 온전한 우회로가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호숫가는 인공적인 조형물이 사라지고 돌과 물이 가득한 모습이 왠지 더 '자연'스럽다. 여기저기 움트는 초목과 물줄기는 평소보다 강한 생명력을 전한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지력의 일렁임 비슷한 것을 느끼며 순리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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