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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Sep 10. 2022

#33 2022.08.24

모순의 끝이 위선은 아니길

이번 주도 과업이 많다. 업무적으로 내 생애 가장 바쁘거나 힘든 시기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과부하가 오긴 한다. 넘치는 일이 자꾸 일상의 여유를 침범해 지치거나 답답할 때가 늘었다. 지금의 노력이 지경을 넓히는 것일지, 아니면 스스로 보호와 속박의 벽을 쌓는 것일지 모르지만 한결같은 처세술은 최선이다. 열심으로 한 주를 또 버텨내고 있다. 밤이 깊어서야 뒤늦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호수로 나섰다. 생각보다 많이 복구된 길을 보며 새삼 인류의 저력을 확인했다. 애용하던 입구는 여전히 닫혀 있어 우회해야 했지만 어수선하던 호숫가가 많이 정돈됐다.

이름 모를 많은 이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는 별개로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 텐데 많은 면에서 대척하는 집단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문명의 국소적인 붕괴가 불편을 일으켰음에도 왠지 그게 더 옳다고 느끼기도 했기에 재건이 회복된 자연의 부분적인 파괴처럼 감각됐다. 수많은 문물을 누리며 이런 사상을 키우는 게 모순이지만 그 끝이 위선은 아니길 바란다. 이렇게 역설적인 존재이건만 고요한 진리가 느껴지는 물가를 걷고 뛰며 기운을 회복했다. 돌고 돌아 호수를 누린 산책처럼 우리의 여정이 결국엔 자연스러운 공존에 이르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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