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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Sep 12. 2022

#34 2022.08.31

작은 무너짐을 넘은 큰길로의 다짐

우물쭈물하다 보니 9월이 코앞이다. 누적된 피로로 무거운 몸과 눈꺼풀을 달래며 힘겹게 일어났고 또 다른 임박한 일로 야근을 했다. 나름의 의무감으로 최선을 다하던 와중에 한 제휴사에서 나에 관련된 부정적인 피드백을 또 다른 단체에게 전한 걸 들었다. 개인적으론 이미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맥이 풀렸다. 일을 하다 보면 애꿎게 억울할 때도 있고, 배려와 온기로 큰 힘을 얻기도 한다. 사람이 모두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우울이 쌓이고 쌓여 쉽게 허물어지는 날이 있다. 마음의 체기가 얹힌 채로 집에 왔다. 반드시 누군가와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면 가능한 한 서로 돕는 개인이고 싶다. 


그럼에도 돌아올 집이 있다는 점에서 나는 행운아다. 아버지의 농담, 어머니의 반찬, 반려견의 체온 등이 따뜻한 응원이 된다. 덕분에 힘을 얻어 호수로 나갔다. 그새 더 정리된 도로와 재건된 계단으로 연결된 덱을 보며 놀랐다. 개발에 대한 이런저런 상념이 많았는데 막상 가까운 입구가 다시 생기니 너무 반갑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9월을 코 앞에 두고 꽤나 서늘해진 밤공기가 더웠던 낮을 삭였다. 괜히 생각이 많아질 때면 새삼스럽게 과거와 다른 현재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 불과 몇 년 전이 타인의 삶같이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문한다. 풍진세상을 살아가기에 충분히 모질지 못한 성격은 늘 여전하고 지난 계절들에 마음을 다한 일들은 무엇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 애써 외면한 허무가 비집고 나와 조금 지치던 하루, 호수 언저리에서 여정을 가늠해 본다. 아직도 무너진 채로 있는 많은 곳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또한 큰길의 일부라는 걸 안다. 비록 이전과 같은 행로로 호수를 돌 순 없었지만 걷기를 다짐하기에 참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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