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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an 09. 2023

#44 2022.11.11

동네에서 누리는 탐조의 기쁨과 호연지기

요즘 퇴근이 평소보다 늦은 편이다. 그건 그럴 수 있지만 근무를 마치고도 계속 업무에 대한 부담이 남아있다. 나름 8년 차 직장인인데 뭔가 균형이 깨진 것 같다. 버티기 위해 남모르게 어금니를 깨물 때가 많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안티테제가 당연한 줄 알면서도 조금 애꿎다. 많은 이가 그렇듯 나 또한 사람을 정말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참 무섭다. 어설프게 마음을 열다 받은 상처는 특히 오래가는 것 같다. 올해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인류애를 많이 잃었다. 사랑을 충전하기 위해 보통 인적 드문 밤에 산책을 즐기지만 이번 주엔 어쩌다 보니 아침에 나섰다.

밤의 호숫가는 흑백에 가까운데 낮에 보니 알록달록 예쁜 가을옷을 입고 있었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과 밝은 호수를 보며 걸으니 평소 어둠에 묻혀 보지 못했던 많은 새들을 발견했다. 민물가마우지, 중대백로, 흰뺨검둥오리, 물까치, 딱새 등 미처 몰랐던 다양한 이웃을 마주하며 뜻하지 않은 탐조의 기쁨을 누렸다. 자꾸 힘이 빠져 약간 우울한 마음으로 한 주를 보냈는데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과 함께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었다. 사랑이 형이 참 많이 보고 싶은 나날이지만 '자연'스럽게 어떻게든 견뎌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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