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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an 12. 2023

#45 2022.11.17

드문드문 끊어진 듯 끝끝내 이어질 길

괜스레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 나도 모르게 또 많이 지쳤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급작스레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인생이 끊임없는 등락과 고락의 반복이라지만 생전 처음 겪어보는 강하고 지속적인 통증이 낯설었다. 아픔을 나누기보다 참고 버티는 게 훨씬 익숙함에도 드러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 일터에서 나름 작지만 큰 용기를 내 표현했다. 다행히 그 마음을 수용 받을 수 있었다. 조금 홀가분하게 찾은 호숫가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반년 넘게 산책로 일부 구간이 차단된다고 한다. 아쉽게도 가까운 미래부터 당분간 호수 한 바퀴를 돌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드문드문 끊어진 듯 끝끝내 이어지던 길을 기억하며 다시 또 이어질 여정을 예감한다.

우울과 무기력을 평소보다 자주 느끼는 시기지만 기분은 날씨 같은 것이고, 삶의 시퀀스는 계절 같다고 생각한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때그때 걸음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믿는다. 때로 익숙했던 길이 잠시 끊기기도 하고, 덕분에 새로운 경로를 익히기도 하며 끝까지 한없이 걷고 싶다. 그렇게 사랑이 형과 함께 산책을 하곤 했던 거리를 홀로 걸었다. 비록 그는 곁에 없지만 왠지 나의 가을은 온통 사랑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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