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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an 15. 2023

#46 2022.11.25

걸음이 멈추는 곳이 나의 제자리

요즈음 내가 가장 원하는 건 혼자만의 휴식이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당분간 이런저런 일정이 많다. 특히 주중에는 가능하면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어쩔 수 없는 약속들이 이어진다. 줏대 없는 사람의 변명일지 모르나 그 또한 삶의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주에는 옛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 근황과 추억을 나눴다. 일을 통해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 정말 감동과 감사로 충만한 때가 있는가 하면 인간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끔 이렇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남는 게 참 감사하다.

이번 주도 정신없이 일들이 휘몰아쳤고, 야근도 잦았다. 연말까지 예정된 업무도 많이 남아 있지만 그조차 언젠가 하나의 추억이 될 줄 안다. 스스로 느끼는 의미와 별개로 생활 속 성실이 지닌 가치를 믿는다. 가벼운 몸살기를 느끼며 열심히 일한 뒤, 머리를 깎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호수로 향했다. 뭔가 날이 그렇게 쌀쌀하지도 않은데 이미 가슴에 찾아온 겨울이 예감됐다. 왠지 얼어붙은 호수를 떠올리며 걷다가 '안전제일'이라는 글자와 함께 막힌 길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표지판에 내상을 입고 방어적인 태도로 멈춰있는 내 모습이 비치는 듯하다. 길이 다시 이어질 때까지 제자리걸음이든 뒷걸음질이든 계속 걷고 또 걸어야지. 고단한 걸음이 멈추는 곳이 나의 제자리일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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