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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an 21. 2023

#47 2022.12.01

추운 공기와 슬픔을 뚫고 이어진 다짐

요즈음 스트레스와 피로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번 주엔 결국 병원에 갔다. 몸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마음까지 이르렀다. 새해를 앞두고 한 해가 조금 헛헛해 가족들이 좋아하는 작고 귀여운 것들을 선물했다. 사실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가슴이 냉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타인에게 온기를 전하면 스스로 따스워진다. 밤에 찾은 호수는 밝은 반달 아래 표면에 살얼음이 낀 채로 있었다. 길도 얼어붙어 그야말로 겨울이었다. 문득 많은 순간 나에게 힘이 되어준 호수도 혹시 외롭거나 서글픈 날이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편협한 걱정일지 모르나 그 정도로 은혜를 많이 입었다.   

올해 내게 가장 큰일은 여전히 사랑이 형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일이다. 어쩌면 말 그대로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거쳐 그저 존재의 방식을 바꾼 걸지도 모르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자꾸만 섭리를 거스르고 싶다.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고 그리움만이 점점 더 짙어진다. 그러는 동시에 슬픔으로 텅 빈 가슴을 의미로 메우는 회복탄력성도 깨닫는다. 이전에 버겁게 한 고민과 상처들이 작게 여겨질 만큼 그는 끝까지 나를 키워 주었다. 넘치는 양가감정 가운데 많은 길이 그와 함께한 순간으로 이어진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글조차 쓰기 어려웠다. 어젯밤 나름의 결심으로 보내던 날의 이야기를 썼다. 참 마음 아팠지만 그가 남긴 모든 기억들이 너무 값지기에 때로 터져 나오는 눈물조차 고마웠다. 나를 이뤄준 소중한 존재들을 앞으로의 삶과 더 많은 이야기로 간직하고 승화하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렇게 얼굴이 얼얼하게 아플 정도로 추운 공기를 뚫고 호숫가를 걷다가 집에 왔다. 묘하게 요즈음의 우울이 바닥을 친 느낌과 함께 걸어갈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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