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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an 09. 2023

#43 2022.11.02

고운 단풍으로 물든 무채색 마음

11월이다. 많은 일을 해내고, 견디고 넘기다 보니 올해의 끝자락이 가까워졌다. 잠시간의 소강상태 뒤에 금세 산적하는 업무들을 보며 왠지 이미 한 해가 다 간 것 같은 마음도 든다. 피로 때문인지 자꾸 코피가 나 연근이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 저녁에 연근전과 연근 조림을 해주셨다. 참 감사하고 위대한 사랑이다. 괜히 기운이 계속 없어 잠시 졸기도 하다 늦은 시간 호수로 나섰다.

반달에 가까운 달이 밝았고 바닥에 낙엽은 더 쌓였다. 조금 서늘한 공기가 반갑고도 버거웠다. 일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사랑이에 대한 그리움 탓인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다짐과는 다르게 자꾸 어렵게 쌓은 마음이 쉬이 허물어진다. 소란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계절이건만 많은 곳에서 슬픔을 발견했다. 그래도 덕분에 채도를 잃고 쓸쓸하던 무채색 마음을 고운 단풍으로 물들였다. 사랑과 함께하고 싶던 계절이라 더 헛헛했지만 이 가을을 닮았던 우리 형을 온 세상에서 기릴 수 있어 감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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