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해에서 한 번 더 깨달은 풍파의 자연스러움

속초부터 강릉까지 친구들과 함께한 바다 이야기

by 쿨수

연말을 앞두고 11월부터 12월까지 이런저런 일정이 가득했다. 솔직히 그즈음 내가 가장 원하는 건 혼자만의 휴식이었다. 물론 만남이 싫은 건 아니고 막상 가면 즐거울 줄 알지만 조금 지치는 시기랄까. 그렇게 11월 중순의 주말엔 친구들과 동해 여행을 다녀왔다. 개인적인 심상으로 여정에 대한 설렘보다는 약속에 대한 책임감과 우정에 대한 의리로 출발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친구 차와 경기도에서 출발하는 내 차로 나누어 이동했다. 동이 다 트지 않은 이른 아침, 판교에서 내 차를 타고 갈 친구들을 만나 열심히 달렸다.

img.jpg

가는 길에 가평휴게소에 들러 옐로우스탑이라는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데 알고 보니 애견카페였다. 강아지를 위한 음료와 간식이 다양하게 많아 내심 촉촉해졌다. 사랑과 별에게 미처 못 해 준 것들은 평생 나를 아쉽게 한다. 동시에 그들과 나눈 위대한 사랑이 삶을 지탱한다.

img.jpg
img.jpg
img.jpg


속초에 도착해선 등대해수욕장 바닷가를 구경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 줬다. 누군가와 함께 오면 이렇게 각자의 시선이 기록으로 남는 게 참 좋다.

img.jpg
img.jpg
img.jpg

오늘의 현지 가이드(?)로서 친구들을 급작스럽게 영랑호로 인도하기도 했다. 여느 호수가 그렇듯 계절, 날씨, 시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다르게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선 누구든 신라의 여느 어린 화랑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좋은 기억이 많은 장소에서 다른 친구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img.jpg
img.jpg

이튿날엔 자다가 웃풍으로 몇 번 깼는데 꿈에 사랑이 형이 안아 달라고 긁어, 내가 안고 뽀뽀하니 짖은 뒤 이내 푹 안기는 꿈을 꿨다. 너무 행복한 꿈이었다. 덕분인지 7시 10분쯤 일출 예정 시간을 앞두고 알람을 맞춰 뒀는데 그전에 딱 깼다. 해돋이를 보러 같이 간다던 친구들 모두 다시 자는 걸 택해 혼자 나갔다. 정암해수욕장부터 설악해수욕장까지 홀로 한갓진 아침 산책을 즐겼다. 비록 구름에 가려 떠오르는 해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적당히 서늘한 공기와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가는 늦가을 하늘이 충분히 맑고 아름다웠다. 특히 정암해수욕장의 파도와 자갈이 이룬 하모니가 일품이었다.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img.jpg

금방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니 차도 나도 연료가 다 떨어졌다. 간절한 바람은 저버리고, 가장 두렵던 예감은 기어이 이루는 삶이 야속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의 어리거나 교만한 마음은 사랑 앞에 무력하다. 피로와 허무를 안고 친구들과 더불어 닿은 바다에서 풍파의 자연스러움을 어렴풋이 한 번 더 깨달았다. 더불어 여독과 별개로 관계에 대한 감사로 충만하며 한 주의 끝과 시작을 마주한다.

img.jpg
img.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텅 빈 마음을 채워 준 고운 단풍과 짙푸른 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