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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an 28. 2023

일본 여행 2일 차(3)_히다후루카와, 너의 이름은?

이름을 불렀을 때 무스비가 되어준 소도시

다카야마노히 버스센터 바로 옆에는 JR다카야마역이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역으로 향했다. JR 다카야마선에서는 쇼류도 패스 사용이 불가하다. 역시나 친절한 역무원에게 매표를 한 뒤, 히다후루카와로 향하는 2시 35분 전철을 탔다. 다카야마를 비롯한 기후 현 북부를 통틀어 '히다' 지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의 영동 같은 느낌이려나.

히다후루카와는 많은 곳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인 '너의 이름은'의 배경으로 나왔다. 덕분에 일종의 성지 순례를 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초속 5센티미터부터 언어의 정원, 날씨의 아이 등 그의 작품과 세계관을 사랑한다.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는 그게 픽션일지라도 내가 사는 세상에서 아주 조그만 물질적인 자취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유물론자까진 아니어도 희미한 흔적조차 감동이 된다. 정겨운 느낌의 역사부터 영화'에 나왔던 공간이다. 남자 주인공 타키와 오쿠데라, 츠카사 일행이 여자 주인공 미츠하의 고향 이토모리를 찾기 위해 왔던 역이 바로 여기다. 주인공 일행이 히다규 인형과 사진을 찍던 곳엔 패널이 자리하고 있다. 타키가 택시 기사에게 이토모리에 대해 묻던 역 앞 정류장도 똑 닮았다.

역 근처 육교에 오르면 작품에 묘사된 역 전경과 같은 장면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한적한 소도시의 분위기와 나의 이름을 묻는듯한 '너의 이름은'에 나오는 여라 장소가 시작부터 설레게 한다. 요 근래 나쁜 일을 제외하곤 딱히 긍정적으로 두근거릴 일이 없었는데 내 가슴은 여전히 반갑게 떨릴 줄 알았다. 기쁨으로 자꾸 들떴다.

도시 자체는 관광지라기보단 일상적이고 목가적인 느낌의 소도시였다. 기대 이상으로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곳이었다. 취향에 따라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여백에서 여유를 찾는 나는 개인적으로 좋았다. 

히다시 도서관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 일행이 찾아 자료를 열람하던 공간이다. 원래 도서관이나 서점 구경을 좋아해서 더욱더 좋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히다시청은 검소한 외관이 오히려 돋보이고 기억에 남았다.

거리가 한가하고 고요하다. 드문드문 차가 지나갔고 걷는 사람은 드물었다.

걷다 보면 골목골목을 연결하는 수로와 함께 길이 이어지는 시라카베 도죠가이 거리를 볼 수 있다. 저층의 건물들과 맞물려 독특한 시퀀스가 볼만했다.

크지 않은 마을을 정처 없이 거닐다가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짧은 히다후루카와 여행을 갈무리하는 케타와카미야 신사 또한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타키가 미츠하를 찾기 위해 마을 주민에게 묻던 장소다. 신사로 가는 길이 탁 트여있어 오르면서도, 올라서도 속이 다 시원했다.

비록 타키와 미츠하를 비롯해 작품 속 인물들을 실제로 만날 순 없었지만 왠지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실재를 느낄 수 있었다. 아저씨가 되어서도 여전히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는 가운데 고즈넉한 마을과 연이 이어진 것 또한 '무스비'일 테지. 이름을 불렀을 때 기꺼이 응답해 준 도시를 뒤로하고 4시 10분 열차를 타고 다시 다카야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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