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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May 19. 2024

최애 크리에이터와 함께한 유기견 봉사의 기쁨과 슬픔

2024 빠니보틀x연봉인상 유기견 봉사 '빠니보개' 참여 후기

수영이도 복도 많지. 최애 크리에이터인 빠니보틀 님과 2022년 연탄 봉사, 2023년 볼런투어에 이어 올해는 함께 유기견 봉사르 했다. 앞선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연마다 봉사를 늘리는 사회 초년생들의 단체, 연봉인상의 기획으로 팬미팅과 봉사를 겸한 행사였다. 꼭 한 번 해보고 싶던 유기견 봉사를 이렇게 하게 됐다. 보통 유기견 봉사는 봉사자들이 약간의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빠니보틀 님의 기부와 연봉인상 그리고 후원사들 덕분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었다. 별이와 사랑이 형을 무지개다리 건너로 보낸 뒤 마음만 있고 선뜻 행하지 못했는데 고마운 빚을 졌다.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반포한강공원에서 모여 9시쯤 출발했다.

봉사지는 사단법인 코리안독스에서 운영하는 레인보우쉼터였다. OT를 받은 뒤 방진복을 착용하고 11시 넘어서 봉사가 시작됐다. 개똥을 치우고, 대형견들의 쉼터를 보완할 흙을 푸고 나르다 개들과 조금 놀다 보니 금세 오전이 다 갔다. 이전에 다른 연봉인상 봉사에서 함께했던 봉사자가 같은 조가 되어 반가웠다. 그리고 이전 빠니보틀 봉사에서 얼굴만 알았던 봉사자와는 처음으로 얘기를 많이 하며 봉사를 매개로 친해졌다. 유명 유튜버인 영알남 승준님과 같이 삽질을 하고 얘기를 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영알남 유튜브에 나온 나 제법 많이 넣었어요

견공들의 견생을 감히 헤아릴 순 없으나 확실히 내향적인 친구들은 오히려 눈에 띈다. 괜히 옆에 자리를 잡고 내향적인 플러팅 혹은 응원을 건넸다. 

스킨십을 허용하는 개들과는 나름의 카밍 시그널과 내가 알고 있는 개와 노는 법을 최대한 활용했다. 마음을 다해 조금이나마 이 시간이 그들에게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랐다. 사실 덕분에 내가 참 행복했다.

오후엔 대형견들과 다시 놀아주는 걸로 봉사가 시작됐다. 일정상 좀 친해질 즈음 대형견들의 집 위치를 조정한 뒤, 소형견들이 모인 곳으로 옮겼다.

채코제 님 유튜브에 나온 우리 형 옆에서 봉사하는 나 제법 행복해요

소형견 쉼터에선 사랑이 형, 별이를 떠올리게 하는 갈색 푸들 한 마리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늙고 아파 보이는 갈색 푸들에 홀린 듯 다가가 주어진 이십 여분의 시간을 오롯이 함께했다. 다른 개들도 조금씩 다가와 줘 온기를 나누고 나오는데 내심 너무 울컥하고 발걸음이 잘 안 떨어졌다. 오랜만에 소록도에서 봉사의 순수한 기쁨을 누리던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었다. 그럭저럭 어른이 되며 쌓인 여러 방어 기제가 무장 해제되고 그저 봉사로 이어진 존재들의 행복만을 간절히 바랐다.

이곳은 강아지 별...?
행복하길 바라요...!

어느덧 그렇게 한나절의 유기견 봉사가 마무리됐다. 다스한 날씨를 틈타 사랑이 형과 별이를 더 자주 떠올리던 시기에 대학 시절 봉사를 매개로 가장 긴 추억을 쌓은 동생이 소천했기에 개인적으로 더 뜻깊은 봉사였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계절이 조금 야속하던 봄날, 최애 크리에이터 그리고 애정하는 봉사 단체 덕에 꼭 가고 싶던 유기견 봉사에 함께할 수 있었다. 못나고 못된 사람들 때문에 갈 곳을 잃었던 천사들과 함께하며 꿈처럼 행복했지만 동시에 슬프고 미안했다. 나눌수록 더 커지는 사랑의 원리를 알면서도 자꾸만 잊는다. 그럼에도 타인의 선한 영향력과 안온한 마음들 그리고 사랑 그 자체인 존재들 덕분에 가슴 가득 봄기운을 완연히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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