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담양까지
목포 쪽으로 출장 가는 김에 영산강 자전거길에 도전하기로 했다. 자주 왔던 목포역이지만 그 앞에 내 애마가 서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여기부턴 영산강자전거길이라 훨씬 나았다. 공사로 중간중간 우회로가 있긴 했지만 신호등이 없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강바람이 다소 역풍으로 불긴 했지만 아주 강하진 않았다.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만큼 강과 논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느러지인증센터 근처에 다다라 트럭에 타고 계신 어떤 아저씨가 자전거, 내 여행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셨다. 열심히 답변을 드렸더니 갑자기 드시던 오징어를 쭉 찢어 주셨는데 참 맛있었다. 여행의 묘미랄까.
느러지관람전망대 올라가는 길은 오르막이 있다. 12시쯤 도착해 전망대에서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보니 꽤 멋졌다. 그런데 정작 인증센터를 못 찾고, 지도도 자꾸 이상하게 알려줘 은근 높은 정상을 두 번 오르내렸다. 그렇게 그 인근에서만 거의 30분을 헤매며 진을 빼다 간신히 인증센터를 찾았다.
앞서 정신이 없긴 했는지 짐받이에 쓰는 고정하는 줄이 하나 없어졌더라. 정신 차리고 열심히 달려 죽산보인증센터에 가니 어느덧 2시가 넘었다. 확실히 영산강자전거길이 편의점, 식당 등 보급할 데가 정말 없긴 하더라. 다행히 근처 캠핑장 매점이 있대서 갔는데 컵라면 하나에 3천 원인가 그렇고 사장님도 안 계셔 그냥 다시 달렸다.
힘을 짜내서 영산포에 도착해 가까운 식당에 가서 모듬국밥을 시켰다. 4시 가까워 먹는 사실상 제대로 된 첫 끼여서 감격스러웠다. 전라도 풍미가 가득한 김치와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먹고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안장이 꽤 젖어 있었다. 홍어 냄새가 나는 거리를 뒤로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열심히 달리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 결국 일회용 우비를 꺼내 입고, 가방에 레인커버를 씌웠다. 그렇게 빗길을 달렸다.
승촌보인증센터 가니 5시 반이 좀 안 됐다. 도장을 찍고 고민하다 상무지구에 가장 저렴한 모텔을 예약하고 다시 출발했다. 승촌보편의점이 있어 뭘 좀 먹을까 잠시 고민도 했는데 해가 지기 전에 가는 걸 선택했다.
생각보다 광주 외곽 구간이 길었지만 시내가 보이니 안도감이 들었다.
상무지구에서 하루 묵고 이튿날 다시 가는데 해태 타이거즈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의 고장이라 그런지 자전거길 근처로 야구를 즐기는 분들이 유독 많이 보여 신기했다.
1시간쯤 달려 담양대나무숲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이름과 달리 아직 대나무숲은 보이지 않는다. 믹스커피와 쿠키로 충전하고 다시 가려는데 무당벌레가 길벗이 되어 주었다.
다시 달려 담양에 들어서니 마침내 대나무숲도 보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졌다.
그러다 시내에 가니 담양 오일장과 담양대나무축제가 맞물려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야말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다만 축제 부스로 아예 자전거길을 막힌 구간이 꽤 많았다.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자전거길도 길인데 개인적으론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20분쯤 달려 메타세쿼이아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바로 옆 메타세쿼이아길도 살짝 구경했는데 차가 없으면 둘러 보기 좀 어려운 길이었다.
거기서 한 20분 더 달리니 마침내 이번 영산강자전거길 종주의 목적지인 담양댐인증센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늘 그렇듯 허무함과 뿌듯함이 함께 느껴진다.
오랜만의 지방 출장을 마치고 그곳에서 짧은 여정을 즐기며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웠다. 2년 전 쓰린 마음을 달래려 자전거로 떠났다가 뜻밖에 흉터만 더한 뒤 한동안 자전거 여행은 자제했었는데, 용기 내어 움츠렸던 가슴을 다시 펴니 두 바퀴로 곳곳을 누리는 기쁨이 반겼다. 개인적으로 마침 또 급작스러운 갈림길에 서게 되어 머리가 복잡했는데 포기하지 않는다면 길은 어떻게든, 어디로든 끝끝내 이어진다는 걸 기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