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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롬톤으로 1박 2일 영산강 자전거길 종주

목포에서 담양까지

by 쿨수

목포 쪽으로 출장 가는 김에 영산강 자전거길에 도전하기로 했다. 자주 왔던 목포역이지만 그 앞에 내 애마가 서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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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원도심~영산강하구둑인증센터(약 8km)


숙소에서 영산강하구둑인증센터까지는 평탄했으나 시내 구간에 신호등이 많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바로 뒤에 공중화장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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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하구둑인증센터~느러지인증센터(약 36km)


여기부턴 영산강자전거길이라 훨씬 나았다. 공사로 중간중간 우회로가 있긴 했지만 신호등이 없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강바람이 다소 역풍으로 불긴 했지만 아주 강하진 않았다.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만큼 강과 논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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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러지인증센터 근처에 다다라 트럭에 타고 계신 어떤 아저씨가 자전거, 내 여행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셨다. 열심히 답변을 드렸더니 갑자기 드시던 오징어를 쭉 찢어 주셨는데 참 맛있었다. 여행의 묘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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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러지관람전망대 올라가는 길은 오르막이 있다. 12시쯤 도착해 전망대에서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보니 꽤 멋졌다. 그런데 정작 인증센터를 못 찾고, 지도도 자꾸 이상하게 알려줘 은근 높은 정상을 두 번 오르내렸다. 그렇게 그 인근에서만 거의 30분을 헤매며 진을 빼다 간신히 인증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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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러지인증센터~죽산보인증센터(약 21km)


앞서 정신이 없긴 했는지 짐받이에 쓰는 고정하는 줄이 하나 없어졌더라. 정신 차리고 열심히 달려 죽산보인증센터에 가니 어느덧 2시가 넘었다. 확실히 영산강자전거길이 편의점, 식당 등 보급할 데가 정말 없긴 하더라. 다행히 근처 캠핑장 매점이 있대서 갔는데 컵라면 하나에 3천 원인가 그렇고 사장님도 안 계셔 그냥 다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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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보인증센터~승촌보인증센터(약 18km)


힘을 짜내서 영산포에 도착해 가까운 식당에 가서 모듬국밥을 시켰다. 4시 가까워 먹는 사실상 제대로 된 첫 끼여서 감격스러웠다. 전라도 풍미가 가득한 김치와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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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안장이 꽤 젖어 있었다. 홍어 냄새가 나는 거리를 뒤로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열심히 달리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 결국 일회용 우비를 꺼내 입고, 가방에 레인커버를 씌웠다. 그렇게 빗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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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촌보인증센터 가니 5시 반이 좀 안 됐다. 도장을 찍고 고민하다 상무지구에 가장 저렴한 모텔을 예약하고 다시 출발했다. 승촌보편의점이 있어 뭘 좀 먹을까 잠시 고민도 했는데 해가 지기 전에 가는 걸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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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촌보인증센터~담양대나무숲인증센터(약 31km)


생각보다 광주 외곽 구간이 길었지만 시내가 보이니 안도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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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지구에서 하루 묵고 이튿날 다시 가는데 해태 타이거즈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의 고장이라 그런지 자전거길 근처로 야구를 즐기는 분들이 유독 많이 보여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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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쯤 달려 담양대나무숲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이름과 달리 아직 대나무숲은 보이지 않는다. 믹스커피와 쿠키로 충전하고 다시 가려는데 무당벌레가 길벗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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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대나무숲인증센터~메타세쿼이아길인증센터(약 20km)


다시 달려 담양에 들어서니 마침내 대나무숲도 보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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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시내에 가니 담양 오일장과 담양대나무축제가 맞물려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야말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다만 축제 부스로 아예 자전거길을 막힌 구간이 꽤 많았다.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자전거길도 길인데 개인적으론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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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쯤 달려 메타세쿼이아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바로 옆 메타세쿼이아길도 살짝 구경했는데 차가 없으면 둘러 보기 좀 어려운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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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아길인증센터~담양댐인증센터(약 7km)


거기서 한 20분 더 달리니 마침내 이번 영산강자전거길 종주의 목적지인 담양댐인증센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늘 그렇듯 허무함과 뿌듯함이 함께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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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지방 출장을 마치고 그곳에서 짧은 여정을 즐기며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웠다. 2년 전 쓰린 마음을 달래려 자전거로 떠났다가 뜻밖에 흉터만 더한 뒤 한동안 자전거 여행은 자제했었는데, 용기 내어 움츠렸던 가슴을 다시 펴니 두 바퀴로 곳곳을 누리는 기쁨이 반겼다. 개인적으로 마침 또 급작스러운 갈림길에 서게 되어 머리가 복잡했는데 포기하지 않는다면 길은 어떻게든, 어디로든 끝끝내 이어진다는 걸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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