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가 볼 만한 곳 추천
오타루는 한때 삿포로의 중심 도시 중 하나로 융성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삿포로의 위성도시이자 홋카이도의 대표적 관광지로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근대에 지어진 복고풍 건축물, 운하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자랑한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러브레터'의 주요 배경이라는 점 때문에 오기 전부터 특별하게 느꼈다. 그래서인지 별것 아닌 풍경에도 괜히 더 설렜다. 영화 밖 오타루의 또 다른 매력을 알게 해 준 명소 몇 곳을 소개해 본다.
사카이마치도리에 이르러 가장 먼저 간 곳은 오타루 오르골당이었다. 3층 규모의 건물에 무려 2만 5천 점의 오르골이 전시 및 판매되는 전문점이었는데 생각보다 크고 볼 게 많았다.
대만 여행에서 여러 번 마주했던 우더풀라이프도 입점해 있었다.
공간 자체가 참 아름답다.
편차가 있지만 작은 오르골은 보통 3,000엔 전후의 가격인 것 같았다.
물론 비싼 오르골은 생각 이상으로 비쌌다. 오래된 오르골의 실물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애정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여러 캐릭터들과는 홀로 반가운 해후를 했다.
가챠부터 포켓몬 굿즈, 디즈니 굿즈까지 판매하는 걸 보며 상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골 뒤편 혹은 하단에 노래 제목이 적혀 있었다. 개인적으로 러브레터 OST 'A Winter Story'나 하츠코이 OST 'First Love'를 구매하고 싶었는데 점원에게 물어보니 아쉽게도 그 노래는 없다고 하더라.
내리사랑의 대가, 어머니는 어디선가 조카에게 줄 곰인형 오르골을 찾으셨다.
자석 외엔 기념품을 잘 구매하지 않는 편인데 왠지 여기선 하나 사고 싶었다. 고민하다 남극의 눈물 그리고 NGO 핫핑크돌핀스를 떠올리게 하는 오르골을 하나 골랐다. 고등학교 일본어 시간에 배웠던 SMAP의 '세카이니히토츠다케노하나'를 골랐다. 우리 모두는 세상 단 하나뿐인 꽃이니까~
추가 비용 없이 선물용 포장이 가능했고, 오르골 깨질 수 있으므로 비행기를 탈 땐 기내 수하물로 타라는 안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택스 프리 결제도 가능했다.
뜻밖에 거의 1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건물 앞 증기 시계탑에서 15분마다 나온다는 증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기화되는 추억들을 폐부에 간직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르타오는 홋카이도산 생유로 만든 생크림을 베이스로 만든 다양한 디저트로 유명한 브랜드라고 한다. 나는 잘 몰랐는데 해외 1호 매장이 우리나라 압구정에 있었다고 한다. 사카이마치도리에 위치한 오타루 양과자점 르타오 본점은 1층은 매장, 2층은 카페, 3층은 전망대로 이뤄져 있다. 어머니가 이곳의 치즈케이크를 궁금해 하셔 가서 한 30분 기다려 입장했다.
음료와 케이크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본점 한정 메뉴인 어메이징 치즈케이크 세트에 작은 몽블랑 케이크 그리고 홍차와 커피를 곁들여 티타임을 즐겼다. 케이크 두 그릇과 음료 두 잔에 총 2,550엔으로 저렴하진 않지만 우리나라 물가를 생각하면 꽤나 합리적이다. 다만 케이크 크기가 일반적인 크기보단 작게 느껴졌다. 맛은 개인적으로 케이크는 생각보다 평범했고 The sound of Carillon(카리용의 소리)라는 시적인 이름의 홍차 맛이 기대 이상으로 향긋했다.
티타임 후 3층에 위치한 전망대에 올랐다. 그럭저럭 오타루 전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칠 수 있게 비치된 종을 어떤 국가의 관광객들이 몹시 세게 쳐서 한동안 달팽이관이 얼얼했다(?).
잘 보고 잘 쉬고 나왔다.
르타오 본점 처에 키타카로 삿포로 본점이 있다. 독일식 빵인 바움쿠헨과 짭조름한 쌀과자가 유명한 디저트 전문점이다.
사람들이 소프트아이스크림(450엔)과 슈크림(300엔)을 많이 먹기에 우리도 맛봤다. 개인적으로 슈크림은 좀 달게 느껴졌는데 아이스크림은 시원하니 맛있었다. 다만 평소 즐기지 않는 디저트를 연달아 먹으니 좀 부대끼더라.
이어 오타루 유리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타이치 글라스 3호관에 갔다. 석유램프 등불로 꾸며진 카페, 기타이치 홀은 웨이팅이 길어 들르지 않았다.
층별로 다채로운 유리 공예품을 만날 수 있었다. 솔직히 뭘 안 사고 그냥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 어머니가 되게 즐겁게 보시더니 브로치를 이모 것까지 사셨다. 엄마는 평소에 본인을 위한 소비조차 거의 안 하는 분이라 괜히 뿌듯했다.
걷다가 기념품 가게, 야마이치 야마부키 상점에서 자석을 하나 샀다! 다양한 기념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더라. 여러모로 흐뭇한 오타루의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홋카이도 최초의 철도 중 하나였던 구 테미야선 기찻길을 도보로 지났다. 지금은 관광지이자 동네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더라. 자연스레 영화 '철도원'이 떠올랐는데 왠지 생각이 경의선책거리까지 이어졌다.
길을 따라 마침내 오타루 운하에 이르렀다. 약 1.1km 길이의 운하와 근처에 자리한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낮에도 밤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오타루의 대표 관광 명소다. 실제로 보니 역시나 그림 같았고 사람도 참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