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22.01.12
인생의 속도와 나이는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확실히 나이가 먹을수록 매일, 매주 점점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다만 하루하루 그 속력을 가늠한다기보다 돌이켰을 때 벌써 이만큼 지났나 하고 되짚으며 어림잡아 깨닫는달까. 그래도 새해를 맞아 세월이 잠시 숨을 고르는 것 같더니 다시 속력이 높아지고 있다. 유독 춥던 날엔 일상의 고삐조차 차갑게 느껴졌다. 이럴 땐 걷는 행위가 오롯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준다.
호수 둘레길은 날씨와 요일에 따라 인적의 차이가 크다. 나는 내향적인 기질로 가능하면 사람이 없는 시간을 선호한다. 추운 겨울을 맞아 유독 더 한적한 호수에선 쉬이 마음속으로 침잠할 수 있다. 많은 것에 무덤덤해지는 동시에 여전히 사소한 일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나를 돌아보며, 주어진 인연들은 어디까지 어떻게 이어질까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한 걸음씩 떼다 보면 어느새 미련이나 불안을 뒤로하고 주어지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 꽁꽁 언 얼음이 된 호수는 여전히 물일 때의 물성을 간직하며 드러내고 있었다. 어중간한 나이와 마음으로 표류하는 나에게 호수가 '마음이 액체이든 고체이든 그 본성은 간직된다'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집에 와서도 한동안 한기가 가시지 않는 추운 날이었지만 얼어붙은 호수는 왠지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