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022.04.18
호수 한 바퀴를 쓰기 시작한 뒤로 호수가 일상적인 공간뿐 아니라 글의 배경이 되어 괜히 더 정겹다. 기꺼운 마음으로 나서는 길,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유독 낮고 밝게 떠있었다. 산뜻한 신록과 따뜻한 달빛은 어둠을 거둘 정도로 빛났다.
2월의 어느 날처럼 달님이 외로운 걸음에 동행했다. 곳곳에서 밤과 어우러진 동반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웠다. 나무와 어우러진 달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같았고, 호수 위에 일렁이는 달은 클로드 드뷔시의 선율을 떠오르게 했다. 그 아름다움 덕에 나도 어떤 인상을 포착할 수 있었다. 달을 매개로 인상주의 거장들과 공명하는 듯 했다. 달의 위성이 되어 공전하는 행인들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