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022.06.17
6월 17일은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이자 나의 생일이다. 왠지 일찍 출근하는 아버지와 아침을 먹고 싶어 벼르다 새벽에 일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마주하는 달밤의 끝 무렵이 아름다웠다. 가장이 가부장일 수 없는 시대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일터로 나서는 어버이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나이를 먹으며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음이 참 감사하다. 그 고생과 헌신 덕에 당신이 미처 누리지 못한 세상을 누빌 수 있었다. 가능하다면 부모님의 삶에 내 존재가 보람이 됐으면 좋겠다.
일찍 일어난 김에 주로 이른 아침 산책을 즐기시는 어머니를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날이 흐리고 해가 뜨지 않아 걷긴 좋았는데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특히 어르신들과 중년의 부부가 많았다. 모자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큰 호사인지 지금으로선 오롯이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어렴풋이 내가 언젠가 이 시간을 뼈저리게 그리워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고마운 이름들을 기리며 안녕을 바라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시절에 따라 나도 생일날의 의미도 달라진다. 그래서 한결같은 마음이 더욱더 값진지도 모르겠다.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풍습 덕에 깨닫는 소중함과 이어가는 인연이 많다. 삶이 아무리 서글픈 무엇이라도 감사한 빚은 늘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