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2022.06.30
2년이 넘게 이어졌던 재택근무를 오롯이 누리는 마지막 주다. 업무상 종종 사무실에 가기도 했고, 앞으로도 한 주에 며칠만 내근을 하면 되지만 새삼 그동안의 소회가 떠오른다. 급작스러운 펜데믹부터 아직 요원한 엔데믹까지 뭐 하나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그나마 당분간 예정된 장마가 삶의 변수를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한동안 쏟아지던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호수로 나섰다. 한동안 가물었던 집 앞 시내가 세찬 급류가 되어 있었다. 아프리카 출장을 갔을 때 봤던 건기에는 사막처럼 말라있고 우기에만 물이 흐른다는 강이 기억난다. 물 하나로 완전히 바뀌어 버린 동네 풍경을 보며 '물은 생명이다'라는 진리를 다시 새겼다.
장마철답게 덱이 없는 구간은 엄청 질척였다. 온몸으로 습함을 느끼며 마치 지뢰밭 같은 물웅덩이들을 피해 걸었다. 사서 고생이긴 했지만 일종의 오프로드 트래킹이라 생각하니 나름 즐거웠다. 장마의 한복판에서 상반기 마지막 날을 넘칠 듯 찰랑거리는 호수와 함께 갈무리할 수 있어 행복했다. 언제 이 비가 멎을지 어떤 하반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오늘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한 한걸음으로 잘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