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022.10.11
대체휴일로 주중을 시작했건만 여전히 여유가 없다. 특히 반려하는 늙은 개, 사랑이 형이 매일 기력이 다르고 점점 자꾸 기운이 없어 안쓰럽고 걱정스럽다. 외근을 다녀오고 재택근무 중에 오늘따라 안기려는 사랑이가 조금 귀찮으면서도 너무 소중해 다리가 저릴 때까지 품었다. 비언어로 어떤 사람보다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지만 미처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우리가 이어져 있는다고 믿는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선 호수는 마침 읽은 윤동주 시인 '별 헤는 밤'의 시구처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었다. 구름 없는 맑은 하늘은 짙푸르고 쪽빛을 띈 밤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입김이 나고 손이 시릴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왠지 호수마저 뜨겁게 애틋하다. 처음 보는 듯한 호수에 낀 물안개가 백운(白雲)이란 이름을 이해하게 했다. 마치 살아있는 숨결 같기도 했다. 적당히 청량한 이 계절이 너무 짧아 벌써부터 아쉽다. 어쩌면 두드러진 제한성 덕분에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번 가을을 잘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