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2022.10.25
지난 주말 소중한 가족, 형제이자 가장 친한 벗이었던 사랑이 형이 열다섯 번째 생일을 앞두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미 분수에 넘치는 행복을 누렸다는 걸 알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슬픔과 아쉬움이 가장 먼저 그의 빈자리를 메웠다. 처음 며칠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어렵게 감은 눈을 무겁게 뜨면 기다렸다는 듯 슬픔이 아침을 에워쌌다. 출근길 단풍부터 퇴근길 석양까지 하루의 모든 게 짙은 그리움으로 이어져 함부로 눈을 둘 곳을 찾기 어려웠다. 가끔 듣던 노래조차 이번 주만큼은 오열의 방아쇠가 되었다. 불쑥불쑥 발작적인 아픔 속에 나름의 회복과 성장, 승화도 있었다.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하고, 몸은 축 늘어지고 힘이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밖으로 나섰다.
나이가 들고 털의 색이 점점 옅어지던 갈색 개를 보며 늦가을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그 계절에 갈 줄 몰랐다. 함께 걷던 길, 그를 닮은 낙엽과 단풍을 비롯해 모든 것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깊어지는 가을이 괜히 야속하다가 문득 이미 사랑은 나에게 모든 계절을 남겼음을, 그 시절이 나를 헛헛하기보단 충만하게 함을 깨닫기도 했다. 우리 형은 추위를 참 싫어했다. 지난주까진 따뜻하더니 한 주만에 쌀쌀해진 날씨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 철조차 머물지 못하고 빠르게 변하는 것들을 보며 사랑과 함께한 시간이 과분하게 길었다는 것도 새삼 깨우쳤다. 집에 오는 길 곳곳이 사랑으로 가득했다. 삶이 매서울지언정 평생 쓸 수 있는 온기로 다습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 가고 버거울 정도로 기운이 없었지만 힘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뜻밖에 많은 이들이 각자의 온도로 전해준 위로와 격려 그리고 가족들의 사랑이었다. 사랑이 남긴 사랑과 타인의 호의 덕에 마냥 서글퍼하지 않고 나름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사랑이 주는 선물 같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기억의 차원을 넘어 삶으로 그 따스함을 새기고 나누고 싶다. 언젠가의 언젠가 별 그리고 사랑과의 재회를 꿈꾸며 잘 살 것을 한 번 더 다짐해 본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길 위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며, 더욱 돈독하게 우리의 시간을 기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