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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Sep 22. 2021

강진에서 마주한 다산과 소나기

남도답사 1번지에서 좇은 선인의 행적을 좇다

남도답사 1번지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한 강진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삶의 궤적을 좇기 위해서였다. 가장 먼저 찾은 사의재는 다산 선생님이 전라남도 강진에 유배되었을 때 4년간 머물던 주막이다.

다산초당이 위치한 강진 다산 정약용 유적지는 시내에서 조금 거리가 있었다. 도착해 5분 정도 산길을 오르니 다산 선생님이 10년을 기거한 터에 그를 기리며 세운 기와집이 있었다.

이곳에서 다산 선생님은 목민심서를 비롯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이어갔다. 그를 잘 알진 못하나 시련을 견디고 후세에 길이길이 보탬이 되는 글로 승화시킨 삶의 행적을 존경한다. 왠지 모르게 겸허해졌다.

다음으로 가려고 했던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이 있어 올랐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좁은 길도 있었다. 한 15분 정도 걸려 백련사에 도착했다.

백련사는 크고 아름다운 절이었다. 

한 10분 정도 둘러보고 돌아가려는데 아뿔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 10분 기다리다가 빗줄기가 좀 가늘어졌을 때 출발했는데 다시 폭우로 바뀌었다.

중간에 정자가 있어 비를 피하려고 했는데 왠지 부처님의 자비가 나의 머묾을 원치 않는 하루인가 보다. 이미 젖을 대로 젖었기에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빠르게 걷다 같은 비를 맞으며 다른 평온함을 유지하는 스님과 그 뒤를 쫓는 분을 마주했다. 깊은 산속에서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정말 쫄딱 젖었다. 산길 위에 범람하는 물에 생명에 위협을 살짝 느꼈지만 동시에 물아일체 되는 자유감을 만끽했다. 산행과 물놀이를 동시에 즐기는 느낌이었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차로 가는 길에 마줒치는 사람마다 내 행색을 보고 빵 터져 좀 민망했지만 사서 고생왕(?)의 에피소드가 하나 더 적립됐다.

이어 찾은 다산박물관은 휴관이었다. 옷과 속옷을 다 갈아입고 재정비했다. 다산 선생님도 혜장 스님 만나러 백련사를 오고 가시다 한 번쯤 급작스러운 소나기를 마주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유배지에서 마주친 다산과 소나기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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