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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Sep 23. 2021

그리운 시골을 찾아가는 명절

압해도와 목포에서 보낸 2020 추석 기행

평소와 같이 명절을 맞아 압해도를 찾았다. 예년과 다른 점은 요양을 위해 올라와 계시던 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내려갔다.

댁 근처에는 어릴 적 아버지와 형제 분들이 다니셨던 분교가 있다. 지금은 폐교가 된 이곳이 입찰을 통해 재개발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적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태워주셨던 기억도 있고, 내가 큰 뒤엔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타고 연습 주행을 했던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어떻게든 잘 간직되었으면 좋겠다.  

할머니 댁에 오면 때때로 작은 미션이 생긴다. 경기 촌놈은 경첩 나사 위치를 조정하라는 명을 받들다가 그만 애꿎은 손바닥에 피부만 벗겼다.

할머니가 클래스를 보여주시며 이루신 풍작을 경하하며 적장의 목이 아닌 녹두를 땄다.

홍어삼합과 병어회가 어우러진 남도의 추석 한상차림이 참으로 영롱하다.

이번 추석에는 우리 사랑이 형도 노쇠한 몸을 이끌고 함께해 주셨다. 이상하게 시골에 오면 형님의 옷과 이불이 깔 맞춤이 된다. 우리 형에겐 모든 곳이 런웨이다.

보름달 님, 눈부시게 아름다우십니다.

나의 시골은 섬 안에 있지만 어촌보단 농촌에 가깝다. 사랑이 형과 함께 목가적인 풍경 속 산책을 즐겼다.

목포해상케이블카도 처음으로 타봤다.

밑바닥이 투명한지, 불투명한지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나눠졌는데 우리는 밑이 보이는 크리스탈캐빈에 탔다.

유달산을 이렇게 편히 오를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자다가 나와서 다소 정신은 없었지만 케이블카 위에서 바라보는 목포의 해 질 녘은 명성대로 아름다웠다.

어머니와 사랑이 형을 모시고 자은도 백길해수욕장에도 들렀다. 개인적으로 사랑이 형에게 인적 드문 모래사장의 산책을 꼭 선물하고 싶었다. 드디어 그 꿈을 반 정도 이뤘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형님이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 거 같았다. 그래도 행복했다.

압해도에 연륙교가 생긴 뒤로 읍내도 점점 발전하는 것 같다.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사고 바다정원이란 카페에 가서 무화과 주스도 사 마셨다. 추석이란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명절이 지금의 우리에게 다르고도 같은 의미로 남아 감사했다. 더불어 그리움을 주는 '시골'의 존재가 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도 새삼 깨달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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